개원의 769명 성명서 통해 성토 "환자 민원은 우리 몫" 개원가 현장 및 심평원 "원격진료 문의 쏟아지는 상황"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정부가 원격진료 한시적 허용 카드까지 꺼내자 의료계가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협의까지 했다고 밝혔지만 의협은 "협의한 적 없다"며 선을 그어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박능후)는 2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가진 회의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을 실시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환자-의사 사이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라도 허용한 것이다.
의료계는 '의사-환자 원격진료' 자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원격진료 한시적 허용 문제를 의료계와 협의했다고 밝히면서 의료계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기도 Y내과 원장은 "원격진료 한시적 허용은 의사를 잠재적 감염원으로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안 그래도 환자가 급감했는데 환자가 병·의원을 찾지 않을 또 하나의 이유를 정부가 만들어 준 셈"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 얼굴도 보지 않고 처방하고 진료했다가 생명에 위협이라도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의사 생존권도 문제지만 환자 건강권 문제도 있다.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의료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1차의료기관 의원 원장 769명은 집단으로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정부의 방침에 대해 성토했다.
이들 개원의는 "코로나19 확신시기로 내원 환자고 5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별도의 상담직원도 없는데 전화 상담이라니, 의료기관이 1339 상담소인가"라고 꼬집으며 "정부는 의료기관이 오히려 환자를 적극 진료하도록 나서야 할 시간에 환자도 직접 만나지 말고 전화로 상담하라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일차의료를 떠받치고 있는 의사를 감염병 전파 가능성 있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전화 상담하라는 것은 전문가 존재 가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기준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발표가 먼저 나가는 바람에 일선 개원가 현장은 원격진료 문의를 실제로 받고 있다. 환자 문의를 받은 일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관련 문의를 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얻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구 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하다며 장기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라며 "원격진료 언제부터 하냐고 벌써 전화 온다. 아무런 지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어떡하나. 결국 환자 민원은 개별 의료기관 몫"이라 토로했다.
충청남도 C재활의학과 원장은 개인 SNS를 통해 "오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고 진찰료는 어떻게 받으며, 환자가 본인인지 확인은 어떻게 하고 약국에 약은 어떻게 타러 가야 하는지 뭘 어쩌라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전화처방 허용만 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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