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팬데믹 상황, 의료기관 방문·혈압 등 측정 감소 초래 국내 의료진 "효용성 고려" vs "대면진료 대체재 없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5만 6천건을 넘어섰다. 비대면을 강조한 특수한 환경과 맞물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원격의료(비대면 의료)의 가능성을 타진한 연구들도 2천건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원격의료 허용 현황 및 IT 인프라 구축 환경, 의료단체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차가 존재하는 만큼 각 연구마다 결론도 제각각이다. 최근 주요 연구들 및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정리했다.
▲코로나19 특수 상황…진료 형태 변화 초래
2일 국제학술지 자마에는 흥미로운 연구(doi:10.1001/jmanetworkOpen.20.21476)가 게재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질환 유행과 1차 진료 형태, 임상 결과 변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냐는 것. 연구진은 원격의료가 허용된 국가에서 팬데믹 유행이 실제 의료진과의 만남 형태 변화 및 임상적 효용을 알아보기 위해 코로나19 발생 이전(2018~2019년)과 2020년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를 조사했다.
미국의 2018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의 분기별 1차 진료 방문은 평균 1억 2580만회에 달했다. 이중 대부분은 의료기관을 방문(92.9%)했다.
반면 2020년에는 1분기 1억1790만명, 2분기 9930만명으로 2018년과 2019년 2분기 평균 대비 21.4%(270만명 방문) 감소했다. 의료기관 방문은 2018~2019년 2분기 대비 50.2%(5910만명) 줄어든 반면 원격의료 방문은 2018~2019년 2분기(140만명)의 1.1%에서 2020년 1분기(480만명), 2020년 2분기 35.3%(3500만명)로 증가했다.
원격의료의 이용 증가가 임상에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을까.
실제로 2018~2019년 2분기 대비 2020년 2분기 혈압 측정은 50.1% 감소(4440만명), 콜레스테롤 수치 측정은 36.9%가 감소(1020만명)했다. 원격의료 특성상 현장에서 직접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 이같은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약물환자 역시 2020년 2분기는 2018~2019년 2분기 평균 대비 26% 감소했다.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환자 비율은 백인/흑인간 비슷해 인종 차이는 적었지만 지역간에는 편차가 컸다. 동북부 이용자는 15.1%에 불과한 반면 서쪽 태평양 지역은 26.8%가 이용했다.
팬데믹의 발생이 의료기관 총 방문량 감소 및 이에 따른 각종 검사의 저하를 가져왔다. 특히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와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의 평가 누락은 급작스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국내 의료진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선진국 사례 보라…미리 대비해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정책지원본부 주도의 연구(doi.org/10.3904/kjm.2020.95.4.217)는 글로벌 설문 및 미국, 영국 등 해외 사례로 실제 효용성 여부에 접근했다.
연구진은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에서 질환의 효과적 관리, 의료비용 절감, 의료접근성 개선 등 다양한 목적 달성을 위해 비대면 의료를 부가적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독일은 2015년 이전까지는 의약품법 상 비대면 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2015년 e헬스법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은 보건의료 분야의 예산 절감과 서비스 효율화를 위해 2016년 7월 NHS Digital을 설립, 보건의료 분야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2001년 호주 정부는 뉴질랜드와 함께 국가 비대면 의료 계획을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 의약선진국에서 재생의료 등을 합법화한 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에서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생긴 것처럼, 해외사례를 참고할 때 의약선진국은 원격의료에 법률로 합법화의 길을 열었다는 것.
호주에서 비대면 의료는 일반 진료 서비스와 동일하게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주마다 비대면 의료 실시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앱을 통해 의사가 당뇨병 모니터링 및 관리뿐 아니라 처방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있다.
연구진은 최근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제공 사이트 Sermo에서 발표한 비대면 의료 실시에 관한 조사 결과를 인용, 이런 주장에 근거를 뒷받침했다.
2020년 4월 3일부터 4월 14일까지 비대면 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스위스 등 9개 국가의 의사 1392명에게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감소인원은 비대면 의료를 통해서 환자 수 확보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설문에서 코로나19 발생 후 확진자 발생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비대면 의료서비스 이용 환자의 비율이 94%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조사 국가 대부분 환자들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의 의료서비스 이용 방법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우선 고려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미국 의료정보경영학회와 미국원격의료협회는 정부에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범위 확대를 요청했다"며 "미 보건부는 SNS 앱을 통핸 비대면 의료서비스 사용뿐 아니라 오디오 청취만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도 1차 의료 일반의들에게 비대면 의료서비스 활용을 권장하고 일본은 4월 10일부터 온라인, 전화 진료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가능하게 했다"며 "국내에서도 2010년 스마트케어 시범사업 등 다양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대조군 대비 치료 효과가 더 낫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원격모니터링의 임상적 효과를 살핀 문헌 102편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환자 모두 원격모니터링 중재를 받은 환자군이 원격모니터링 중재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임상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원격모니터링 중재군에서 고혈압 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4.7 mmHg, 이완기 혈압이 1.9 mmHg이 더 낮고, 당뇨병 환자는 당화혈색소가 0.4%p가량 더 낮고, 심부전 환자는 전체 사망 위험이 18% 더 낮게 나타났다.
▲부작용 고려해야…대면 진료 대체재 없어
먼저 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고대안산병원 내과)가 주관한 연구(doi.org/10.3904/kjm.2020.95.4.228)는 원격의료에 대해 효용성보다는 부작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대하 대변인은 "실제 임상에서 한 번의 진료만으로 환자를 다 파악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히, 노인이나 장애가 있는 환자, 만성 질환자의 경우는 더욱 단 한 번의 진료만으로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 의료가 가능한 환자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의사의 환자에 대한 이해도에 달려 있으므로 의사에게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재진이라고 해서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진료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사를 자주 만나기 어려운 노인이나 거동불편자, 취약지 거주자는 장기간의 잘못된 습관이나 낮은 위생 상태 등으로 여러 질병에 복합적으로 이환돼 있는 경우가 많아 호소 증상 외에 환자 외양이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찾아내는 의사의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요구된다는 것.
김 대변인은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 왕진 제도를 활성화하거나 혹은 공공차원에서 의료기관 방문을 돕는 보조 인력이나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김 대변인은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던 환자 4만 3283명의 당화혈색소 검사 빈도는 1년 동안 1회 이상이 67%였다"며 "특히 권고사항에 따라 1년에 4회 이상 검사한 경우는 6.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100명 가운데 6명만이 제대로 검사를 받았다는 것으로 전국 251개 시·군·구로 나눠 분석한 결과 농촌 인구가 많고 섬이 포함된 지역일수록 검사 시행률이 낮았다"며 "처방전을 받는 데 집중하는 시스템은 만성 질환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와 같은 제도와 인식 수준에서의 원격의료는 그저 '원격 처방전 신속 발급 시스템'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
김 대변인은 "눈앞에서 직접 의사가 권유를 해도 거절하는 환자가 과연 전화나 화상통화에 설득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화 너머로 '알았으니 일단 처방전부터 보내 달라'는 환자에게 약이라도 먹게 하는 것 외에 과연 의사가 더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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