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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AI
  • 진단

수익성이냐 중증도냐…비급여 딜레마 빠진 로봇수술

발행날짜: 2020-11-09 12:00:59

초점고난도 암 로봇수술 진행시 비급여로 중증도 누락
실손보험 맞물려 시행 건수는 폭증…의학회들도 골머리

로봇수술이 최소 침습에 대한 혜택과 술기의 발달로 점차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비급여의 함정으로 딜레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병원의 수익성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급여의 특성상 아무리 고난도, 중증 암을 수술해도 중증도 항목에서 누락되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불이익을 받는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로봇 수술…비뇨기 질환 중심에서 암으로 영역 확대

국내에서 로봇 수술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로봇수술이 수익성과 중증도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화면으로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지난 2005년 국내에 처음으로 로봇수술이 상륙한 뒤 연간 시행 건수는 17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8000건을 넘어섰고 현재는 연간 2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 중이다.

이는 로봇수술 기기의 확산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로봇수술이 처음 국내에 들어올 때만 해도 가능성과 의구심이 공존했지만 병원의 수익성과 맞물리면서 기기를 도입하는 병원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히 일부 의사들만이 가능하던 로봇수술 술기가 확산되고 일부 질환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적응증이 다양한 암종까지 영역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로봇수술 기기는 60여대. 2005년 단 두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사실상 상급종합병원급 대학병원에서는 한 대 이상씩 로봇수술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손보험과의 연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로봇수술의 도입이 실손보험의 등장과 확대와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수요가 큰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술기 발전과 최소 침습에 대한 혜택과 더불어 실손보험으로 인한 가격 장벽이 무너진 것이 로봇수술의 큰 성장을 불러왔다는 평가.

A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사실 우리 병원만 해도 로봇수술에 상당히 부정적 입장이었다"며 "대형병원 중에 가장 늦게 기기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실손보험과 맞물려 환자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기기를 도입해 운영중에 있다"며 "사실 로봇수술의 증가는 어떻게든 비급여 비중을 늘려야 하는 대학병원의 상황과 첨단 시술을 바라는 환자의 수요, 실손보험을 통한 가격 장벽의 붕괴 모두가 맞물려 들어간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향상과 환자 수요 충족…중증도 하락 반작용

이렇듯 대학병원과 환자 수요가 맞물리며 증가하던 로봇수술에 회의감이 제기된 것은 바로 수익성에 기여했던 '비급여'의 반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학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맞물려 로봇수술 딜레마를 풀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비급여 항목에 포함된 로봇수술을 시행할 경우 건당 수천만원의 수익이 증대되지만 반대급부로 비급여인 관계로 중증도 산정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이유다.

B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사실 우리 병원만 해도 방광암과 고환암도 로봇 수술로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하지만 로봇수술이 비급여 항목이라는 점에서 건강보험 청구 항목 자체가 없어 중증도에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같은 암이라도 해도 개복이나 내시경을 통해 수술을 하면 건강보험공단에 수술비 청구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중증도 가점이 붙지만 로봇수술은 100% 환자 부담인 만큼 청구 항목 자체가 없어 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과거 일부 비뇨기 질환 등에만 한정돼서 진행됐던 로봇 수술이 지금은 신장암과 대장암 등까지 다양한 암종은 물론 간이식 등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병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중증도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수술들인데 로봇수술을 하는 만큼 중증도가 점점 내려가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 교수는 "과거 로봇수술이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시점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문제가 로봇수술 적응증이 늘어나고 건수가 확대되면서 눈앞에 던져진 셈"이라며 "비단 일부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병원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 개정을 거듭하면서 중증도 비율이 점차 늘고 있는 것도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런 고민을 지속하기에는 중증도 비중이 큰폭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개정된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보면 입원 환자를 기준으로 3기에 비해 중증도 절대 기준이 10% 가까이 늘어났다.

지금까지 유지했던 중증도를 10% 가까이 새롭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수술에 대한 딜레마까지 겹치면서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의사들 아우성에 의학회가 직접 총대…정부는 회의적 입장

이렇듯 로봇수술 확대에 따른 딜레마가 점차 확대되며 대학병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대한병원협회와 의학회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전국에서 의사들의 토로가 이어지자 학회가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로봇수술의 혜택을 반영해 진료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적응증 등을 제시해 놓은 상황에서 이로 인한 불이익이 생겨나면서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한비뇨의학회 등은 직접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찾아 이같은 문제를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비뇨의학회 임원은 "회원들로부터 로봇수술시 중증도 A군에서 누락되고 있는 상황들을 접하고 학회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했지만 아직까지는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비뇨의학회는 이미 지난해 2월과 9월 복지부와 심평원에 이같은 문제를 개선해 달라며 정식으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뇨기계 종양 즉 가장 대표적인 전립선암은 물론 후복막암과 고환암, 부신종양, 방광암, 신장암 등으로 로봇수술의 적응증이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상 수술비 청구 항목이 없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비급여 항목이라고는 해도 중증 암에 대해 수술이 진행된 것은 분명한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청구 항목을 열어달라는 주문이다.

사실상 청구 항목만 잡혀도 중증도 A군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셈이다.

비뇨의학회 임원은 "적어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한 불이익만이라도 막아 달라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문을 했지만 지금까지는 검토된 바가 없다는 답변만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도 각 대학병원과 의사들은 속이 타고 있는데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상급종합병원 질병군 분류체계가 확정된 상태이고 예외로 적용할만한 사정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중증도 비율은 KDRG 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항목의 경우 이를 반영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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