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창준 보건정책관이 밝힌 '적정 환자 수·진료시간' 숨은 의미 교육상담료·심층진찰료 확대 시사…의료계 "충분한 보상책 선행돼야"
보건당국이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 전환을 위해 시간제 진찰료 검토에 착수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0일 열린 이용자중심 의료혁신협의체 주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 공청회'에서 "의사 1명 당 적정 환자 수와 진료시간이 합리적인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원과 중소병원, 대학병원에서 적정 환자 수와 진료시간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양이 아닌 질 중심 의료시스템 그리고 보상책 연계 방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적정 환자 수와 진료시간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나라 의료기관 경영은 초진료와 재진료로 구성된 진찰료와 입원료에서 시작된다.
외래 중심의 동네의원의 경우, 진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현 진찰료는 진료시간과 무관하게 매년 환산지수 계약에 의해 정액수가로 책정되어 있다. 의사가 환자 1명을 3분 진료하든, 10분 진료하든 동일한 셈이다.
의원과 대학병원이 외래 환자를 놓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진료시간과 무관한 진찰료…의원·대학병원 무한경쟁 ‘야기’
복지부는 시간제 진찰료 등을 놓고 보건의료 부서와 건강보험 부서 간 협의를 시작했다.
심사평가원 슈퍼컴퓨터와 의료기관 청구 데이터를 토대로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별 의사 1인당 외래 진찰시간과 환자 수 등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간제 진찰료가 이미 시행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의원급 교육상담료와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가 명칭을 달리한 사실상 시간제 진찰료인 셈이다.
복지부는 2018년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교육상담료와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의결했다.
진찰시간은 15분 내외이고, 의원급 기준 진찰료 2배에 해당하는 2만 4000원에서 2만 8000원 수가를 책정했다.
■교육상담료·심층진찰료, 미국식 시간제 진찰료 변형된 수가 모형
당시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원급에서 비급여 검사가 아닌 진찰료만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차원에서 교육상담료와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통령 과장은 "시범사업 취지는 진찰료 개선이다. 의원급 가장 큰 불만은 3분 진찰이 아닌 10분 진찰을 하면 보상해주냐는 것"이라면서 "질환별 분류에 따른 미국식 시간제 진찰료 보다 심플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시간제 진찰료를 변형한 제도임을 내비쳤다
복지부 보건의료 부서는 환자와 의사를 위해 시간제 진찰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건강보험 부서는 시간제 진찰료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간제 진찰료 방향성에 공감하나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할지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진료시간에 비례한 적정 보상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충분한 보상책을 전제한 시간제 진찰료 도입에 긍정적 입장이다.
중소병원협회 임원은 "시간제 진찰료는 박리다매 경쟁에서 벗어나 교과서적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면서 "다만, 중소병원이 경증환자 외래와 수술로 경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투입 등 보상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사 당 외래환자·진료시간 분석 착수 “적정 보상범위 검토”
그는 "대학병원 교수 1명이 하루에 200명의 외래환자를 보는 의료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올바른 시간제 진찰료 제도가 마련된다면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진찰료에 민감한 의원급은 신중한 입장이다.
개원의단체 한 임원은 "외래 비중에 따라 내과계와 외과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시간제 진찰료는 복지부가 수 년 간 만지작거린 제도"라면서 "구체적 모형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이필수 당선인 측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 의사의 노동 강도는 세고, 수가는 낮다. 정부가 시간제 진찰료 도입을 원한다면 합당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내부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 세부 모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의 삶의 질과 병상, 장비, 의료인력, 의료전달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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