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글로벌 임상 시험자 모집 과제…식약처 지원 속 성공 여부 촉각 의학계선 상용화 의문 제기 "비교임상으로 FDA‧EMA 허가 가능 의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 백신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실제 상용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상용화 된 유전자 재조합 방식 백신이 있는 만큼 임상 평가 결과가 향후 상용화 가능성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 3상서 직접 비교하게 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2상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산 코로나 백신 생산이라는 희망적인 기대와 함께 향후 넘어야 할 허들도 적지 않다며 아직은 신중한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동시에 국내 개발 코로나 백신인 'GBP510'의 임상시험 3상 승인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된 계획안에 따르면 SK바이오의 백신은 국내에서 허가돼 접종에 사용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사용해 효과를 확인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아직 허가 받은 코로나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 백신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임상1/2상까지 공개된 시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과 비교했을 때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백신 'GBP510'의 경쟁력은 어떨까. 일단 결과만으로 봤을 때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란셋에 실렸던 총 1077명을 대상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임상 1/2상 연구 결과, 1회 접종군에서는 참가자의 95%에서 접종 1달 후 코로나(SARS-CoV-2)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가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군 전원에서 T-세포 반응이 유도됐으며, 접종 14일차에 정점에 도달해 2개월까지 유지됐다.
코로나에 대항하는 중화항체 반응은 접종 1달 후 참가자의 91%에서 나타났으며, 2회 접종을 받은 참가자들은 100%에서 중화항체 반응을 보였다.
초기 안전성 반응은 일시적인 국소 및 전신 반응이 백신 접종군에서 흔하게 나타났으며, 통증, 열감, 오한, 근육통, 두통 및 불쾌감 등은 예방적 '파라세타몰' 사용을 통해 감소할 수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의 경우 임상 인원(건강한 성인 80명) 면에서는 적었지만 면역증강제를 함께 투여한 투약군 전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형성돼 중화항체 형성률 100%를 보였다.
중화항체 유도 수준도 코로나 완치자의 혈청 패널보다 5배에서 최대 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안전성 측면에서 GBP510 투약과 관련성이 있는 중대한 이상반응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고령자까지 포함된 stage2 참여자 247명에 대해서도 6월 말 2차 투약을 마치고 안전성을 추적 관찰 중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4000명 가까운 3상 시험자 모집 '걸림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코로나 백신 상용화에 있어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임상 3상을 추진하는 재정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민간기구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과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이 약 2450억원을 지원해왔고 이중 약 1990억원이 임상 3상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 3상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맞다. 보통 위약 대조 임상의 경우 약 5000억원이 넘나드는 비용이 투입되지만 이번 코로나 백신 3상은 위약 대조가 아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대조 임상이기에 비용이 이보다 적게 드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의 임상지원 비용까지 합해 임상 3상과 인허가, 연간 수억 회분 생산 규모의 상업 공정 개발 및 관련 원자재 도입, 변이주에 대비한 추가 연구 등에 연구 개발비를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임상 대상자 모집.
회사 측이 밝힌 시험대상자는 총 3990명이며 시험백신에 3000명을 대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990명에게 접종해 안전성과 면역 원성을 비교할 예정이다.
또한 3상 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른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추진했을 때보다 대상자 수면에서는 크지 않지만 모집이 과연 수월하겠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이 같은 발표에 의료계는 물론이거니와 제약업계 중심으로도 대상자 모집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
이를 모를 리 없는 식약처도 임상 대상자 모집의 어려움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을 신속하게 모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범정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임상시험지원 T/F를 이미 운영해서 가동을 하고 있다. 이 T/F를 통해서 국내의, 또 국외의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지원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외 임상은 국제백신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서 임상 시험 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인센티브 발굴이나 기업 별로 임상시험 국가 등을 지원하는 방안, 연계해주는 방안, 이러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회사와 협의해 진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학계에서는 식약처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놓은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청사진을 두고서 환영한다면서도 향후 상용화 과정 등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한림대성심병원 정기석 교수(호흡기내과)는 "일단 국산 백신이 임상 3상 단계까지 이른 것은 대단한 결과"라면서도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교 임상하는 것을 과연 해외해서 인정을 해줄 것인지에 더해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은 가봤던 길이 아니기에 아직 섣부르게 상용화를 가늠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부작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용화 단계에서도 백신 부작용이 보고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는 FDA와 EMA(유럽의약품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향후 과정이 궁금하다. 국내에서만 사용하려고 개발한 것은 아니지 않겠나"라고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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