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엔‧SK케미칼 등 코프로모션 전면전…매출 성장은 '글쎄' 가다실9 가격인상 배경 매출 급증…영업‧마케팅 영향 미비
"글로벌 제약사는 매출을 잡고, 국내사는 새로운 거래 병‧의원을 뚫는 효과는 분명하다. 다만 실제 실적으로 이어졌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들이 매출 확대와 신규 거래처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는 이른바 코프로모션(Co-promotion)이 제약업계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코로나 대유행 장기화 속에서 이 같은 코프로모션이 실제로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품목으로는 가다실9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한국MSD의 가다실9 매출은 올해 상반기 약 346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177억원) 대비 96%로 급상승했다.
'가다실9'은 '가다실'이 보유한 4가지 혈청형(6·11·16·18형)에 5가지 혈청형(31, 33, 45, 52, 58)을 추가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제품이다. 현존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중 가장 많은 HPV 유형을 포함한다는 차별성을 앞세워 고가에 유통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가다실9은 개발한 한국MSD가 지난 4월 1일부터 공급가격을 15% 인상한다는 공지를 일선 병‧의원에 전달했다는 점이다.
가격인상 당시 산부인과 병‧의원을 중심으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자궁경부암 백신 대상의 접종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밝히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올해 가격인상을 더해 추가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부터 국내 제약사가 가다실9을 포함한 MSD의 백신 라인업의 영업‧마케팅을 대행하면서 실적 향상을 도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의료계 내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을 통한 병‧의원 매출 신장보다는 올해 초 가격인상을 통해 매출이 늘어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다실9을 포함해 주요 한국MSD의 7개 백신 공동 영업은 올해부터 HK이노엔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노엔은 MSD 7개 백신 영업‧마케팅 활동을 위해 올해부터 전담 마케팅팀을 꾸리고 영업력 확대해 관련 백신 품목뿐 아니라 제약사의 저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내에서는 가다실9의 매출 상승을 두고서 이노엔과의 코프로모션보다는 MSD의 가격인상이 큰 역할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노엔이 가다실9과 함께 영업‧마케팅을 벌이는 MSD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의 매출은 올해 상반기 119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201억원) 대비 약 41% 추락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의사회 이기철 보험부회장은 "이노엔이 MSD의 주요 백신에 대한 공동 영업‧마케팅을 벌인 것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가다실9 등 주요 백신 매출이 증가한 것을 두고서 코프로모션 효과를 봤다고 표면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의료계 사정을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다실9을 예로 든다면 4월 가격인상을 앞두고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가격인상 전에 백신을 구입할 것을 권유했다. 말 그대로 사재기 한 병의원이 존재하는데, 상반기 품목 매출 인상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더구나 백신 가격이 인상한 만큼 코프로모션 보다는 가격 인상과 그에 앞둔 사재기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코프로모션 행보 보인 제약사들 "정부 제도적 영향 더 크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코프로모션에 적극 참여한 다른 제약사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대표적인 제약사를 꼽자면 SK케미칼이다.
SK케미칼은 뇌전증 등을 필두로 신경계 약물을 보유하며 이 분야 영업망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꼽히며 최근에는 자체 개발 신약을 내세우며 혈우병 시장에도 도전 중이다.
이들이 올해 코프로모션을 맡은 품목은 파마리서치의 '콘쥬란'을 필두로 릴리의 '포스테오'와 '앰겔러티', 얀센의 '울트라셋'이 대표적이다. SK케미칼의 강점을 보여주듯이 골관절염, 두통 등을 비롯한 신경계 약물이 대부분이다.
릴리와 파마리서치 등 영업‧마케팅을 맡긴 제약사들도 SK케미칼이 보유한 신경과 병‧의원의 막강한 영업력을 믿고 매출 성장을 기대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편두통 치료제인 앰겔러티를 제외한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 등의 매출을 기대에도 불구하고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앰겔러티의 경우도 전년도부터 식약처 허가 후 본격적인 매출을 기록한 터라 직접적인 코프로모션의 효과라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나마 대원제약이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 패밀리(아카브, 투베로)'의 영업‧마케팅을 대행한 것이 올해 상반기 코프로모션의 성공적 모델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피마사르탄'과 고지혈증 치료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보령제약의 투베로가 올해 상반기 매출이 25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19억원)보다 약 30% 상승해 코프로모션의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내제약사 병‧의원 영업 담당 전무는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나 국내 대형 제약사에 코프로모션에 대해 욕심 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라며 "오리지널 품목으로 병‧의원 거래처를 확대하거나 이들 품목과 자사 탑(Top) 라인 매출 증대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기존 영업 인력으로 효율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이익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국내 제약사가 개량 신약 혹은 복제의약품(제네릭)을 통해 병‧의원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 사전 영업‧마케팅을 뚫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의료계의 경우 코프로모션을 펼치는 국내 제약사의 영업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들의 매출의 경우 정부의 보장성 정책과도 연관 될 수 밖에 없다고 봤다.
내과의사회 임원인 한 서울의 A내과 원장은 "최근 신경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보장성 강화가 두드러졌다. 인구 고령화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골관절염 환자들이 증가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며 "제약사들의 코프로모션은 이들의 이익을 보다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는 평가한다. 다만, 편두통 치료제의 경우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는 "MRI를 비롯한 고가 검사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건강보험으로 적용되지 않았나"라며 "문재인 케어 이후 두통환자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관련 치료제 역시 매출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코프로모션의 효과라고 보기에는 정부의 제도적인 배경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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