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영역에 치료제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쪽엔 미진단, 미규명 희귀질환들도 존재한다. 그러한 희귀질환을 연구하고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치료분야 발전에 따라 정밀의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진단과 치료가 어려웠던 희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희귀질환이 존재하지만 유전체 의학의 발전에 따라 진단방랑 감소 등 환자의 질환에 대한 접근도 올라가는 추세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희귀질환 의료접근성 제고와 진단, 관리연계를 위한 권역별 희귀질환거점센터 사업을 진행하며 정부차원의 지원 시스템 강화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환자가 소수인 희귀질환특성상 정부정책이나 의료계의 시각에서 상대적으로 밀려있는 것이 현실.
특히,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질환의 경우 기초연구가 뒷받침 돼야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역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역별 희귀질환거점센터 사업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중앙지원센터의 채종희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센터장) 역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현재 권역별 희귀질환거점센터의 사업목적 중 하나는 각 지역 희귀질환자들의 진료네트워크 강화와 조기진단, 중복검사 방지, 효율적 관리, 질환정보 공유 및 희귀질환 연구 토대 마련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중 중앙지원센터는 권역별 거점센터 운영지원을 총괄해 권역별 지역거점센터 협의체 운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원, 국가 희귀질환 연구 계획 수립 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척수성근위축증(SMA, Spinal Muscular Atrophy)이라는 질환이 있으면 중앙지원센터가 가진 환자 진단 및 치료경험을 공유해 모든 권역에서 같은 진단법 및 치료, 관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지방의 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진단을 받더라도 거점센터에서 질환 관리 및 지속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거점과 경험을 공유하는 등의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권역별 거점센터를 통해 환자의 조기진단과 모델 개발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는 게 채 교수의 평가. 다만, 그는 중앙지원센터와 거점별 센터의 역할과 자원의 차이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채 교수는 "중앙과 거점을 놓고 보자면 연구진이나 의료진의 역량의 차이가 크다기 보다는 센터가 가진 자원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 모델을 중앙에서 만드는 상황에서 환자가 3명 정도 밖에 없는 환자를 권역별로 나눠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선택이 환자의 독점이 아닌 중앙이 경험을 쌓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질환을 권역별로 담당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각 거점센터에서 희귀질환을 보는 의사의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더 효율적인 희귀질환 연구와 관리를 하는 방안이라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기준으로 근육병 희귀질환을 치료한다면 호흡기, 정형외과, 호스피스케어팀, 재활, 신장, 정신과 등 8~9개 분야의 다학제진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다학제 진료는 적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많은 자원을 투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가능한 곳에 연구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희귀질환 거점센터 치료와 관리 역할 분담 고민 필요"
이를 위해 채 교수는 희귀질환거점센터가 치료(Cure)와 관리(Care)의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 등을 연구하고 모델을 만드는 중앙센터가 환자 치료를 통해 경험과 모델을 공유하면 추후 권역별 센터에서 해당 환자들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채 교수는 "치료하는 입장에서 희귀질환은 마치 암처럼 치료를 할 수 있는 부분보다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이 다른 질환보다 더 많다"며 "환자 역시 관리의 질이 올라가면 치료를 받는 다는 느낌을 받지만 치료 영역의 경우 들이는 자원에 비해 성과에 바로 눈에 띄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SMA처럼 거점과 중앙이 한 번에 시너지가 날수 있는 질환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100개 정도의 희귀질환이 전체 희귀질환의 40~50%를 차지하기 때문에 관리모델을 발굴하고 어디든 비슷한 케어가 되도록 표준화와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감기와 같은 경증이여도 중증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희귀질환 특성을 고려했을 때도 효율적인 자원분배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
채 교수는 "희귀질환자는 경증 질환이 오더라도 언제 중증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진료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진료협력교류 사업 등을 통해 각 거점별로 분절화 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센터가 하나의 시스템화 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채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가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시선이 연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권역별 거점센터 사업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지원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사회복지기금이나 경상보조사업 등으로 지원이 되는데 대부분 1년 단위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연속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채 교수는 "거점센터의 역량 향상을 위해 중앙센터에게 모델링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지원 규모는 거점과 중앙의 차이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병원도 정규직을 환자가 적은 희귀질환에 투입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업비 특성상 상대적으로 바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희귀질환 분야에서 가성비를 기대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며 "도덕적 헤이에 대한 경각심은 필요하지만 질환에 대한 질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 치료만큼 중요한 '연구'…"이젠 기초를 다질 때"
또 이날 채 교수가 희귀질환과 관련해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연구다. 아직도 미규명 혹은 미진단 등 상세불명의 희귀질환이 많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진단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은 의사의 문제라기보다 과학기술의 한계이기 때문에 여전히 미충족 수요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는 모래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빙산을 쌓는 기초연구의 인프라를 단단하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흔하게 표현하는 빙산의 일각의 경우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수면 아래에 더 큰 빙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처럼 희귀질환 연구는 겉으로 보이는 일부분을 위해 방대한 연구가 뒷받침 돼야한다는 의미.
끝으로 채 교수는 이러한 미진단 영역의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채 교수는 "치료제도 나오고 진단도 되는 희귀질환의 경우 길이 보이지만 아직도 길이 보이지 않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있다"며 "병명도 모르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가족 전체가 힘든 경우고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 연구역량을 결집하고 싶은 것이 하고 싶은 일들 중에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더해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새롭게 진단되는 희귀질환의 약물개발이 속도 낼 수 있도록 레일을 까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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