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단체·복지부, 코로나 사태 안정화 이후 법 시행 연기 건의 소방법 위반 과태료·처벌 부담…병원계 "코로나 방역 공사 불가능"
소방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를 감안해 하반기 스프링클러 의무화 시행 유예를 검토 중에 있어 주목된다.
3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소방청은 의료계의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를 고려해 8월말 시행 예정인 병원급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담은 소방시설법 시행령 유예 방안을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소방청은 2019년 8월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바닥면적의 합계가 600㎡ 이상인 정신의료기관 및 요양병원으로 국한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대상을 종합병원과 병원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시행령 시행 6개월 유예기간 직후 2020년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2022년 8월말로 시행일이 한차례 연기됐다.
개정 시행령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뿐 아니라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및 자동화재 속보설비, 방염성능기준 이상 실내장식물 등 설치 의무대상 확대, 방염대상물품 사용 권고 대상 확대 등 의료기관 화재 대비한 소방시설 강화를 담고 있다.
기존 종합병원과 병원 등은 스프링클러, 간이 스프링클러, 자동화재 속보설비를 올해 8월 31일까지 설치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대신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는 가능하다.
문제는 코로나 장기화이다.
코로나 중증 병상 확충을 위해 대학병원에 이어 중소병원까지 자발적 참여에 나선 상태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자체가 힘들다는 게 병원계 입장이다.
스프링클러 공사를 위해 층별 병동 전체를 비우고, 입원환자를 전원 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소방시설법 시행령 시행 유예를 소방청에 건의했다.
보건복지부도 코로나 사태 안정화 이후 소방시설법 시행령 시행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줄 것을 소방청에 주문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률은 3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 종합병원 그리고 병실을 보유한 신규 의원급 등은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계 관계자는 "코로나 중증병상 확충과 환자 치료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스프링클러 공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병동을 비우고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업체도 코로나를 의식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병원들이 스프링클러 의무화에 민감한 이유는 강력한 행정처분 때문이다.
개정된 소방시설법 위반 시 1차 300만원 이하 과태료, 2차 설치 명령, 3차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등이 부과된다.
소방청은 화재예방과 코로나 사태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소방분석제도과 공무원은 "의협과 병협 그리고 복지부가 코로나 사태를 고려해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8월말 시행 유예를 건의해 검토 중에 있다. 동절기 화재 위험 요인이 높은 만큼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달 중 의료단체와 복지부 등과 협의를 거쳐 유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의료기관 소방시설 지원을 위해 농어촌 지역 병원급과 화재취약 요인을 갖춘 병원 등을 지자체와 함께 선정해 공사비(자부담 30~40%)를 지원하고 있으나, 예산과 홍보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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