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당뇨병학회가 당뇨병 치료·관리의 핵심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 활용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연속혈당측정기 활성화를 위한 급여체계 전환 목소리가 나왔다.
적절한 기기 운용 교육 및 결과 해석, 상담 등의 과정에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도록 현재 요양비로 관리되는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 펌프 지원을 의료비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대한당뇨병학회는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원규장 이사장, 백세현 회장 등 신임 집행부의 중점 활동 목표 및 계획에 대해 공개했다.
먼저 학회는 환자 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의 급여체계 개편 공론화에 팔을 걷었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 펌프의 건강보험 지원은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이뤄지고 있다.
일선 환자들은 전문가들의 교육없이 기기를 직접 구매해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은 정상적인 처방이 불가능하고, 환자들은 설명을 듣지 못해 적절한 기기 운용이 어렵다는 뜻.
백세현 회장은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는 방식은 측정 당시의 혈당만 알 수 있다"며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블루투스 기술 통해서 혈당을 95% 정확도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 값을 외부에서 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당뇨병 환자들은 음식물 섭취에 따른 혈당 상승분을 잘 모르지만 연속혈당측정기를 장착하게 되면 배추잎 하나만 먹어도 얼마나 혈당이 올라가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경각심을 갖게된다"며 "환자 관리에 효용이 큰데도 의료진의 기기 운용, 결과 해석 등 교육에는 보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준성 총무이사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AI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어 운전자가 필요하듯 혈당측정기도 비슷하다"며 "기기만 환자들이 직접 구입하고 운용한다고 관리나 환자 상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기 착용 환자의 경우 교육에만 10~20분이 소요돼 다른 환자들의 진료가 지연될 정도로 많은 의료자원이 투입된다"며 "인슐린을 하루에도 여러번 투약하는 환자나 제2형 환자들은 기기 결과 값을 해석하고 어떻게 적절히 운용할 것인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기기들을 적용한 환자들에서 당뇨병 관리가 개선됐다는 높은 수준의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 역시 의료 영역에서의 적절한 개입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배재현 언론홍보간사는 "연속혈당측정기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효용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며 "미국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환자군에 대한 기기 적용 범위 및 근거 수준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만 달아준다고 저절로 관리 수준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측정치를 해석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위험도, 부작용 가능성 등 개별상황을 알고 해석, 상담하는 부분에서 당뇨병 약제 조절과 같은 의학적 지식과 전문성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는 종합적 국가 당뇨병 관리 모형 및 로드맵 개발에 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췌도 부전을 수반(제1형 당뇨병)한 환자는 중증난치성 질환 인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제1형 당뇨병 및 심한 인슐린 분비 결핍을 동반하는 제2형 당뇨병은 치료의 난이도, 중증도, 의료비용 면에서 중증난치성질환의 특성을 가진다는 것이 학회 측의 판단. 해당 적응증의 치료 난이도를 고려하면 1차 의료기관에서 다룰 수 없는데 중증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급종합병원마저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원규장 이사장은 "제1형 당뇨병은 경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증으로 분류된 것도 아니"라며 "제1형 당뇨병환자들은 이미 췌장이 망가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2형과 다르게 중증으로 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1형 당뇨병은 치료를 충분히 못 받는 경우 코마 상태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전문성 있는 분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1형 당뇨병을 중증으로 상향시켜 치료를 잘 받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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