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P-4 억제제 계열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 패밀리(자누비아·자누메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로 3월부터 약가가 인하된 데다 최근 국내 제약사와 병‧의원 영업‧마케팅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특허만료가 예정된 터라 복제의약품(제네릭)을 준비 중인 국내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MSD와 종근당은 '자누비아 패밀리'에 대한 국내 영업‧마케팅을 위한 '파트너십'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2016년 대웅제약 해오던 MSD 자누비아 패밀리의 국내 영업‧마케팅권을 넘겨받아 현재까지 수행 중이다.
DPP-4 억제제 계열 대표적인 당뇨병 치료제답게 자누비아 패밀리는 지난 5년간 국내 병‧의원 만성질환 처방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해왔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종근당이 국내 영업‧마케팅을 책임진 이후 처방액은 꾸준하게 증가하며 지난해 자누비아 패밀리 전체 매출은 약 17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품목으로 보면 자누비아(시타글립틴)의 성장세는 잠시 주춤했지만 자누메트(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는 해를 거듭할수록 최대 처방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 덕분에 MSD와 종근당이 파트너십을 다시 체결할 것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종근당은 국내 개발 당뇨병 치료제인 듀비에(로베글리타존)를 보유하며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자누비아 관련 제네릭 허가를 이미 받아놓은 상황이라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사 관계자는 "현재 MSD와 종근당이 자누비아 패밀리의 파트너쉽 연장을 두고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다시 파트너십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당뇨병이라는 대표적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을 놓기에는 종근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갑작스러 약가인하…병‧의원 '웃고' 국내사들 '난감'
여기에 국내사들이 자누비아 패밀리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는 3월 약가가 인하됐기 때문이다.
자누비아 패밀리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하는 대신에 '트레이드-오프(Trade-Off)' 차원에서 약가가 이전보다 6% 인하된 것. 여기서 트레이드-오프란 고가 신약의 등재나 급여 확대를 위해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약물의 보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약가인하 배경이 어찌 됐든 임상 현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서울내과)는 "약가 인하가 된 것은 임상 현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처방 면에서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내년 하반기 특허가 만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네릭 시장의 진입으로 인해 DPP-4 억제제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9월 자누비아의 특허 만료를 염두하고 제네릭 시장 진입을 추진하려고 했던 국내사들은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참고로 식약처는 지난 1월 100개에 가까운 국내사들의 시타글립틴 성분 제네릭 품목을 허가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사 임원은 "키트루다와의 트레이드-오프로 인해 자누비아 패밀리의 약가가 인하됨에 따라 제네릭의 진입 시 건강보험 약가가 계획했던 것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복지부와 심평원이 키트루다의 트레이드-오프 대상으로 자누비아 패밀리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키트루다는 급여확대로 건강보험 처방액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반면, 자누비아 패밀리는 제네릭 진입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현재 처방액을 유지할지 의문"이라며 "키트루다 대비 약가인하를 한다고 해서 그 만큼 보험재정을 아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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