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월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해 재택치료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선 병‧의원에서 호흡기용제와 함께 항생제의 처방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세균성 이차 감염으로 '인후통'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항생제 처방량 역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미접종 비율이 높은 소아 감염 환자에서 이러한 현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해열 진통제와 더불어 항생제 처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마련된 것.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를 확인한 결과,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한 3월 전체 항생제 처방액은 약 6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인 2월(432억원)과 비교해 44.5%나 증가했다.
특히 항생제 처방시장에서 대표적인 3가지 성분 성장률을 살펴보면, 클래리스로마이신 성분 품목 성장률이 전월대비 99.6%로 높게 나타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3월 약 6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해 2월(34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일선 약국과 의약품 도매들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항생제 재고 보유량을 줄이면서 오미크론 대확산에 따른 급격한 처방 증가를 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생제 처방량 급증은 일부 항생제 품목의 수급 불안정을 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임원은 "기관지염이나 부비동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항생제 처방은 자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요양기관 항생제 처방률을 확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환자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처방액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서울의 한 내과 원장도 "일반적으로 진해거담제 등 오미크론에 처방되는 의약품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높지 않지만 항생제 처방의 필요성은 존재한다"며 "오미크론 대확산 시기 수급 불안정 문제로 인해 인근 약국과 협의하면서 처방했다"고 말했다.
결국 오미크론 대확산을 겪으면서 처방 필요성은 증가했지만 의약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현재 항생제 제품 생산 대부분이 위수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 위탁사가 오미크론 대유행에 따른 급격한 수요 증가에 즉각 대응할 만한 생산체계를 갖추지 못해 이 같은 수급 불안정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실제로 병‧의원서 가장 많이 처방 중인 3가지 성분의 항생제 품목 제품수와 수탁 제조사 수를 확인한 결과, 처방량이 가장 많은 세파클러 정/캡슐은 1개 수탁 제조사가 평균 11개 위탁사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었다.
3가지 성분 항생제 품목 중에는 '클래리스로마이신 항생제'의 평균 제조 위탁 제품수가 6개로 가장 적었다.
이 가운데 평균 제조 위탁 제품수는 실제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2월 대비 3월 세파클러 항생제의 점유율은 -0.5%,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항생제는 –2.7%로 각각 감소했지만, 클래리스로마이신 항생제의 점유율은 3.2%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같은 계열의 항생제 내에서도 자사 생산 중인 항생제의 성장률은 높은 반면, 위수탁 생산 중인 항생제의 성장률은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보여 이러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제약업계에서는 클래리스로마이신 처방 증가를 두고서 타 계열의 항생제와 다르게 항균효과와 항염증효과가 함께 나타나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위수탁 업체 수가 적고 자사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했던 제조사들은 급격한 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는 점도 이러한 처방 증가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클래리스로마이신 항생제 '클래신'을 보유하고 있는 대원제약 관계자는 "클래리스로마이신 항생제의 항균효과와 함께 항염증 효과에 주목해 최근 많은 처방이 이뤄졌다"며 "클래신은 자사생산을 통해 호흡기 환자 급증기에 원활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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