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질환(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 치료제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처방 규모를 늘리기 위한 제약사들의 경쟁도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PPI(Proton Pump Inhibitor, 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 치료제 시장의 경우 품목 증가와 판권 변화에 따라 제약사 간의 영업‧마케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P-CAB(Po까assium 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 계열 약물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HK이노엔이 케이캡(테고프라잔) '구강붕해정'까지 내놓으며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이 가운데 HK이노엔은 구강붕해정 영업‧마케팅을 두고서 그간 협력해왔던 종근당과 관계를 이어가지 않고 단독으로 나서기로 결정, 그 배경과 향후 케이캡 매출 변화에 대한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동이 품은 넥시움, 시장 지배력 회복할까
9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PPI 계열 치료제 시장의 경우 국내사 간 판권 이동에 따른 변화가 상반기부터 나타났다.
주인공은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0년 넘게 대웅제약과 함께 해오던 국내 공동 영업‧마케팅 계약을 지난해부로 종료, 올해부터 일동제약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넥시움 처방액은 전년도와 비교해 하향세가 확연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처방액은 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111억원) 대비 26% 추락했다. 직전 분기인 2021년 4분기 처방액이 1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해도 올해 1분기 매출은 급감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는 판권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판권 변화와 동시에 대웅제약이 관련 제네릭(복제의약품)을 출시한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넥시움 공동판매 종료와 동시에 넥시어드를 출시해 올해 1분기 약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할 때 넥시움 매출 감소분이 넥시어드로 옮겨갔다는 추론이 가능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사 임원은 "넥시움 처방액 감소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대웅제약이 넥시어드를 출시하면서 넥시움의 개원가 처방액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넥시움이 주춤한 사이 한미약품 에소메졸(에스오메프라졸)은 PPI 계열 치료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더 확보하는 모양새다. 에소메졸의 1분기 처방액은 135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121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최근 약효 발현속도를 개선한 'PPI(Proton Pump Inhibitor)+제산제' 제품인 '에소메졸플러스'를 출시, 관련 시장을 주도 중인 종근당 '에소듀오(에스오메프라졸+탄산수소나트륨)'에 도전장을 던졌다.
위식도역류질환 처방시장에서 P-CAB 계열과 별개로 PPI 계열 치료제 간의 경쟁이 더 가열되고 있는 셈이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소화기내과)는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면 내시경 검사 없이 PPI 계열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변화돼 시장이 더 커졌다"며 "정형외과에서 동시에 위장보호를 위해 소염진통제를 처방하면서 급여로 PPI 계열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가능함에 따라 관련 시장도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일산병원 박병규 교수(소화기내과) 역시 "심장내과에서 혈전 치료제를 처방하면서 출혈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PPI를 처방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처방액이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HK이노엔 '홀로서기' 전략 속 펙수클루 출시 '연기'
PPI 계열과 별개로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또한 제약사 간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월부터 처방시장에 '구강붕해정'을 내놓은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사다.
구강붕해정은 입에서 녹여 먹는 제형으로 기존에 알약이나 물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에게 복용 편의가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병‧의원 처방시장에서 주도권을 굳건히 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가운데 HK이노엔이 구강붕해정에 대해선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하지 않고 단독으로 시장에 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존 경구제인 케이캡은 현재까지도 종근당이 공동으로 영업‧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기존 케이캡은 종근당과 함께 판매하고, 구강붕해정은 단독으로 팔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한내과의사회 임원인 한 내과 원장은 "케이캡은 적응증과 급여범위가 확대된 데다 구강붕해정까지 출시해 소화기내과 중심으로 처방량이 더 늘어날 것 같다"면서도 "같은 품목인데 제형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영업‧마케팅은 HK이노엔과 종근당 등 제각각인 점은 이전에 못 봤던 사례다. 기업 간 무슨 사정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HK이노엔이 보기 드문 상황을 노출하면서 까지 처방시장에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과 달리 대웅제약은 상반기 출시를 예고했던 경쟁품목도 하반기로 미루고 있다.
애초 대웅제약은 국내 34호 신약으로 지난해 말 허가받은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을 올해 초 급여 등재 후 출시하기로 했지만 이를 하반기인 7월로 돌연 연기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현재 7월 출시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출시 과정 중 가장 큰 '허들'인 약가 산정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펙수클루 약가는 경쟁품목인 케이캡을 고려해 설정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케이캡 현재 상한금액은 50mg 1정 당 1300원이다.
또 다른 국내사 임원은 "식약처 허가는 지난해 말 나왔는데 펙수클루 출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약가 수준을 놓고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칫 올해 내 출시가 힘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영업‧마케팅 관련 단일 품목 중에서 제형 간 판매 기업이 다른 점도 보기 드문 데다 경쟁품목은 출시가 지연되면서 P-CAB 계열 치료제 시장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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