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가 최근 급여권에 진입한 경피적 대동맥판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에 외과의 역할이 있다며 참여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TAVI의 시술이 흉부외과가 아닌 심장·순환기내과가 발굴한 고유영역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전문과의 전문성이 존중받는 의료계에서 타과에 대한 '훈수'는 보기 드문 일이다.
학회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심장·순환기내과 단독이 아닌 흉부외과와의 협업을 강조하며 향후 적정성평가 도입 필요성까지 제기한 것. 이미 대세로 자리한 'TAVI 천하'를 시셈한다거나 좁아진 흉부외과의 설자리를 타개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적어도 의학계의 논쟁 및 당위성 주장은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 측의 입장. 흉부외과가 타비 논쟁에 불을 지핀 까닭은 무엇일까. 김경환 흉부외과이사장을 만나 타비 시술에 대해 의견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타비 시술과 관련해서 다학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대동맥 판막 질환에서는 수술 방법이 올드 스탠다드로 1960~70년대부터 시작해 적어도 50년이 지났다. 2015년 이전까지는 심장내과 중에서 심장 판막을 전공한 심장초음파 전문가들 관련 환자들을 보면서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외과쪽으로 보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세가 넘는 고령자에게 심장 수술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 하던 시절이었는데 요즘은 80세가 넘어도 상태만 괜찮으면 수술을 한다. 고령에서 여러 수술의 위험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이 되는 환자들한테 수술 외에 다른 시술적인 치료법을 고려하다가 나온 것이 2010년대 중반 전후 타비다. 우리나라에선 환자가 80%를 부담하는 것으로 해서 2015년 6월 1일부터 시작됐다.
2015년 전만해도 외과 쪽으로 오던 환자들이 타비 도입 이후 선택 가능한 옵션이 수술, 시술 이렇게 두 개가 됐다.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환자를 시술로 할지, 수술로 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술, 수술 결정은 환자의 사망률 등 예후에 직결된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다양한 과가 협의를 해서 결정해야 최적의 선택이 가능하다.
▲내과와 외과에서 정한 시술/수술의 원칙은?
각 병원마다 원칙적으로는 환자가 오면 협의를 해서 타비를 할 지 안할지 결정하는 관련 TFT를 운용중이다. 초기부터 STS 스코어(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수술 위험도 평가) 8점 이상 고위험군 혹은 판막 주변 조직이 병들어 있는 경우 등 타비 절대/상대 금기 원칙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런 원칙의 준수율이 3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주로 나온 변명은 환자가 원해서, 의료진이 원해서 시술을 했다는 것이다. 중재시술을 하는 분들은 외과의사 입장에서 볼 때 심장 해부, 구조적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 한다.
앞서 말했듯 시술, 수술의 결정은 환자의 예후와 직결된다. 환자가 원해서 했다고 하는 것은 의학이나 의료가 아니다. 적응증 준수율이 30%라는 건 70%는 부적절한 시술이 이뤄졌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타비는 만능이 아니다. 병든 판막 조직을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기전 상 그 조직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시술 가능 환자를 잘 선별해야 한다. 관상동맥 시술이 줄어들면서 타비를 하나의 돌파구로 삼은 게 아닐까 한다.
▲각 병원마다 타비 시술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을 강조했는데 실상은 공회전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문제 원인 및 개선 방안은?
다학제적 접근만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힘있고 파워있는 학제에서 결정하면 나머지가 따르는 구조다. 심평원이 각 과의 서명 자료만 받고 있으니 이런 실상을 알리가 없다. 심평원이 실제 다학제팀의 논의 과정 전부를 자료로 받아야 어떤 논의 과정을 통해 결정이 도출됐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최소한의 장치가 있은 후에 다학제적 논의가 작동할 것으로 본다. 타비 시술 금지 요소를 타 과에서 주장하는 것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주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례들을 모아 리얼월드 에비던스로 접근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런 환자에 타비를 했더니 예후가 좋지 않았다와 같은 축적된 근거가 있다면 심평원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
▲타비가 저위험군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저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RTNER 3 임상은 타비가 수술적 방법인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 대비 1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장애를 유발하는 뇌졸중, 재입원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내용이다. 주로 고위험군에 시행했던 타비가 저위험군에서도 동일한 혜택을 준다는 것으로 향후 타비의 영역 확장을 의미하는 연구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임상 디자인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니지만 진행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다. 환자들의 중도 탈락률이 33% 정도 된다. 100명 중 33명을 제외하고 선택된 나머지만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냈으니 이를 일반화할 수 있냐는 논란이 생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이 연구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남미나 유럽 등에서도 타비가 적응증을 너무 무리하게 늘리려고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학제 논의없이 서명을 위조해 타비를 시행했다가 내부 고발로 적발된 적이 있다. 해당 병원의 적응증 준수율은 30%로 2년내 사망률은 12%에 달했다. 다양한 조직에서 병든 판막이 있는 경우에도 타비를 시술한 경우도 있고 50대 후반 환자는 타비 시술 후 1년 8개월만에 사망했다. 환자의 시술 선호는 당연한 것이다. 환자가 수술 대신 시술인 타비를 선택해서 1~2년만에 사망했다고 하면 의료진의 책임은 없는 건가.
▲심평원에 적정성 평가 도입을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타비만을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진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기 위해선 타비를 포함해 대동맥 판막 치환술 등 치료 전반을 다 평가해야 한다. 시술, 수술 방법을 적용한 경우 치료 전 환자 상태, 시술/수술 적용 이후 예후에 대한 추적 관찰 결과를 업로드해 실시간으로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자는 게 핵심이다. 현재 흉부외과에서 에크모를 관리하고 있는데 에크모는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실시간 데이터들이 업로드되고 운용 결과가 평가된다.
학회의 목표는 수술, 시술을 둘러싼 학회간 알력다툼이나 논쟁이 아니다. 결국은 데이터를 봐야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지금은 언론, 미디어만 봐도 '타비 천하'다. 타비만 하면 다 될 것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타비는 도입된 지 얼마 안돼 장기 추적 관찰 결과가 제한적이다. 지금 평가에 착수해야 5~10년 장기 추적 결과를 빨리 확보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한다면 평가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리월월드 에비던스가 축적되고 공개되면 결국 환자들도 타비 만능주의에 대한 인사이트 생길 것이다. 심평원에 관련 자료가 전송되면 심사가 시작될 것이다. 본인부담금이 80%에 달할 때는 심평원이 심사를 안 했지만 이제 급여화가 되면서 심사가 시작되고 비용-효과성을 보게 될 것이다..
▲향후 계획은?
내부적으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다학제 논의를 해서 1 대 1로 의견이 갈렸을 때 최종적으로 제3자의 입장에서 중립적일 수 있는 심장 초음파 전문의의 의견을 따르자는 지침을 만들었다.
타비에 대한 공론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복지부에 제안해서 환자중심사업단과 같이 판막 시술, 수술 관련 2015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4년간의 전수조사를 지금 하고 있다. 내년 5월 경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공정성을 위해 제3의 연구기관이나 학회에 의뢰해 데이터 분석을 의뢰할 생각이다. 데이터를 보면 실제 사망률 등 실상을 알 수 있다.
만일 2015년부터 흉부외과와 심장내과가 서로 협의해서 정한 적응증을 준수했더라면 논쟁도 없고 해당 데이터의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 본다. 흉부외과가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건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공론화할 것이다. 환자들도 이제 무엇이 진실인지 알 게 될 것이다. 환자가 원한다고 타비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 곳도 없다. 이건 의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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