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넘도록 퇴원을 거부하며 진료비까지 내지 않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로 대학병원이 '소송'을 선택했다.
법원은 병원 측의 퇴원 요구가 적법했고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도 없었다며 퇴원을 하고 그동안 내지 않았던 진료비도 내라고 판단했다. 진료비 액수만도 본인부담금만 6598만원에 달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서울 서남권 A대학병원이 입원환자와 그의 보호자(진료비 연대보증인)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및 퇴거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 측은 법원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소송 당시에도 90대였던 환자는 그 사이 사망에 이르렀고 유족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90대 환자의 입원은 지난해 1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자 B씨는 구토를 반복해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의료진은 저나트륨혈증 진단을 내리고 신장내과로 입원시켰다. 입원 과정에서 B씨는 요로감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았고 2월 15일 퇴원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퇴원 예정 날짜를 3일 앞두고 벌어졌다. 환자 왼쪽 팔꿈치가 붓고 빨갛게 부어 올랐으며(발적) 왼쪽 팔 관절 운동 범위가 과하게 넓어진 모습을 간호사가 발견한 것. X-레이 검사 결과 왼쪽 상완골(어깨와 팔꿈치 사이에 있는 긴 뼈) 골절을 확인했다.
정형외과 의료진은 전신마취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이 어렵다고 보고 3개월 이상 캐스트 상태로 보존적 치료를 유지한 후 골절 부분이 붙었는지 재평가하기로 했다.
이후 병원은 환자 측에 "골절 부분은 3개월 정도 치료 기간이 필요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요양병원으로 전원하거나 퇴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환자 측은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뼈가 부러졌으니 골절사고에 대한 치료비를 부담해 달라며 병원의 퇴원 요청을 거부하고 진료비 수납도 하지 않았다.
병원은 3월까지 환자 측에 수차례 퇴원을 요구했고 급기야 건강보험공단에 환자 상태 및 담당의사 소견서를 첨부해 급여제한 여부도 조회했다. 건보공단은 조건부 급여적용(선 보험급여 후 사후관리) 결정을 내렸다. 4월 23일부터는 상병진료 종료까지는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환자 측은 퇴원을 하지 않았고, 병원 측은 결국 5월 소송을 제기했다. 급여까지 되지 않자 병원 측은 건보공단에 급여제한 해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환자 B씨가 A대학병원에 실려온 날부터 1심 변론이 종결된 지난해 9월 23일까지 발생한 총 진료비는 총 9122만원이다. 이 중 본인부담금은 급여 제한 여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급여를 제한하면 6598만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1007만원이다.
환자 측은 "병원 의료진이 B씨를 간호, 간병하던 중에 골절이 생겼고, 이에 따라 입원치료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퇴거할 수 없다"라며 "골절사고 이후 치료행위는 진료 채무 취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골절사고 이후 진료비는 지급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환자가 퇴원할 의무가 있으며 밀린 진료비도 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대학병원의 조치는 적절한 범위에 있다고 보인다"라며 "환자 측 주장의 사정들만으로는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 때문에 골절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골절사고에 대한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연령, 골절사고 발생 경위, 부위 및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환자가 골절사고 때문에 입원을 계속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진료비 중 골절사고 관련 진료비 본인부담금은 26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금액 대부분은 환자의 내과 질환에 대한 정당한 진료비와 퇴원 지시를 거부하고 입원을 계속해서 발생한 것"이라며 "진료비 총액이 골절사고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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