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이 나오자 의료계 곳곳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환경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고의 원인으로 의대 정원 부족이 거론되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가 근무 중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고가 최근 공론화되면서 일부 보건의료단체를 필두로 이 같은 주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당시 간호사 A씨는 뇌출혈 진단 직후 아산병원에서 색전술을 받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았고 개두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의사 두 명이 모두 해외 연수 및 지방 출장 중이어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지만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의사협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과 대한간호협회 등이 이번 사고를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로 인한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설명이다. 보상·지원 등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바이탈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도 본인의 SNS를 통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고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우리나라 최고 병원에도 뇌혈관외과 교수가 2~3명 불과한 현실이라는 진단이다.
방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당시 서울아산병원 뇌혈관내수술 교수가 최선을 다해 조치한 것이라고 봤다. 색전술 이후의 처치는 이 교수의 영역이 아닌데 담당 의사가 부재중이니, 결국 환자를 살리기 위해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킨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부재중이었던 뇌혈과외과 교수 역시 2명이 번갈아 당직 서던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같이 의사를 소모품처럼 24시간 돌리는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40대 중반은 돼야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는 1년 중 10일 정도를 제외하는 기계처럼 근무해야 가능한 정도라고 부연했다.
방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젊은 의대생들이 신경외과나 특히 뇌혈관외과를 지원할 리 없고, 지원한다고 해도 전공의 4년을 마치면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된다"라며 "이 때문에 야간에 환자가 뇌출혈로 급하게 병원을 찾았을 때,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가 날 밤새고 수술하러 나올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이 이런 현실을 받아 들이고 '중증의료분야 지원, 뇌혈관외과분야 지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의사들 밥그릇 논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며 "이번 사고가 책임자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갈되고 있는 뇌혈관외과 전문의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 양성을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 같은 사고를 막을 근본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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