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전공의 기피 현상으로 수년째 극도의 산아 제한 정책을 유지해온 비뇨의학과가 이를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20%대까지 떨어졌던 지원율이 올해 100%까지 채워지면서 이제는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대한비뇨의학회 등은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에 나서며 산아 제한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선 상태다.
2일 의학계에 따르면 대한비뇨의학회가 전공의 정원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결정하고 수련 전문가들과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비뇨의학회 임원은 "올해 추계학술대회에서 최종 논의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전공의 정원안 확정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많은 의견들이 취합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바람직한 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뇨의학과는 학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한해 전공의 정원을 50명으로 제한해 선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최초로 지원율 100%가 깨진 이래 2011년 50%대로 급락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4년에는 24.5%라는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면서 마련한 고육지책.
2014년 외부 전문 기관에 적정 비뇨의학과 전문의 인력 추계를 의뢰한 결과 50명으로 줄이지 않으면 지나친 과잉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2017년부터 자발적으로 산아 제한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비뇨기 종양 로봇 수술 등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의 영역이 다시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전공의 충원율이 서서히 올라가자 고민이 시작됐다.
실제로 비뇨의학과는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마침내 지원율 100% 기록하며 50명의 정원을 다 채운 상황. 내년도 전공의 모집도 크게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7년 전공의 산아 제한 정책을 시작한지 5년여 만에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간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다시 한번 외부 전문 기관에 용역을 맡겨 비뇨의학과 적정 전문의 인력 추계에 대한 전면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2차 비뇨의학과 적정 의료 인력 수요 추계 조사 결과 실제로 비뇨의학과 전문의 수는 2035년까지 가용 인력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2882명에 달하는 가용 인력이 2035년 2779명으로 103명 감소하면서 활동 전문의 수가 필요 전문의 수에 미달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 2014년 조사 당시 '과잉 공급'으로 결론이 났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비뇨의학회가 서둘러 전공의 정원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이러한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비뇨의학회 임원은 "전공의 정원을 극단적으로 줄여놓다 보니 최소한 대학병원에서 필요한 인력조차 제대로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공의 수 감소가 펠로우 감소, 교수 인력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공의 정원에 대한 조정이 현재 필수의료 살리기 등의 지원 방안 마련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전공의 산하 제한으로 정원을 틀어막아 지원율 자체가 높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이다.
비뇨의학회 관계자는 "현재 정원을 재확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올해 100% 충원이 됐기 때문"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겨우 맞춰 놓은 수치인데 자칫하면 비뇨의학과가 기피과가 아닌 것처럼 보여질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많다"고 귀띔했다.
비뇨의학회 임원도 "사실 필수의료를 논하는 자리에 비뇨의학회가 빠져있는 상황"이라며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는 상황인데 마치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여지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서울권과 수도권, 지방권 등에서 순차적으로 전공의 적정 정원안에 대한 공청회를 잇따라 마련하며 의견 수렴에 나선 상태다.
실제 수련병원과 일선 병원급 의료기관, 개원가의 실제 상황을 한번 들어보고 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의지.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회원들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원활하게 합의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청회에 참석한 비뇨의학회 회원은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가 위해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단순히 한두해 지원율만 보고서 성급히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한 상황"이라며 "양측 모두 충분한 논리가 있는 만큼 무게를 점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중재안 겸 합의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현재 학회가 자발적으로 줄여놓은 50명의 정원을 복지부가 책정한 공식 정원인 78명까지 열어놓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 또한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당분간 논란이 있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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