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국민연금 부정수급 의혹과 건보료 부당 혜택 의혹은 상당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 과제인 보장성강화 정책 등 건강보험정책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2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파행으로 치닫았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후 1시부터 재개해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앞서 제기된 쟁점을 두루 짚었다.
■경제 관료 출신 복지부 장관 '글쎄'
무엇보다 30여년간 경제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온 공무원이 보건복지 정책을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놓고 집중 검증했다.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 정부 차관급 이상에 기재부 출신이 너무 많다. 기재부의 과도한 효율화 일변도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있다. 복지부 고유의 공공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을 놓치면 최대의 결격사유"라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국민의힘)과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따뜻한 가슴'으로 정책 추진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미애 의원은 "사회적으로 혜택을 누린 공무원으로서 기부, 사회봉사 등 활동이 적다"면서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장관의 자세를 요구했다.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보건과 복지는 따뜻함이 감돌아야 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곤란하다"면서 공직자로서 17만원에 그치는 기부액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조 후보는 "기재부 출신이라고 정책 방향이 같은 것은 아니다. 기부 등 사회봉사 활동이 부족했던 부분 인정한다. 앞으로 솔선수범해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또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사를 두고 '기재부 하청이다' '기재부가 꽂은 총독이다'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조 후보를 압박하자 "복지부의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기훈 의원을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과연 기재부 설득할 수 있겠나"라며 압박하자 조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도 밝혔듯이 기재부 출신으로서 우려도 있겠지만 오히려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건보재정 일몰 규정 또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김민석 의원은 "CT, MRI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에 국민 90%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복지부 장관으로서 추진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필수의료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부적절하게 이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 하겠다는 게 조 후보의 정책 방향.
조 후보는 "일부 항목에서 앞서 보장성 강화 계획 예산보다 지출이 높아 이 부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만약 지출이 크다면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건보재정이 안정적이지만 고령화와 급여화를 계속 추진하면 재정 건전성 노력을 병행해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기재부 근무 당시 발표한 규제개혁안에 의료영리화 추진 의지를 우려하자 조 후보자는 "의료영리화는 반대 입장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의원들을 안심시켰다.
■국민연금 부정수급·건보료 혜택 의혹
앞서 조규홍 후보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국민연금 부정수급 의혹과 건보료 부당 혜택 등 두가지.
먼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근무하면서 3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공무원 연금을 감액없이 수령한 것이 논란이 됐다.
김원이 의원을 비롯해 남인순, 신현영 의원들이 줄줄이 문제를 제기하며 국민연금 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 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조 후보는 "국민연금공단 측에 감액을 요청했지만 해당하는 규정이 없어 일괄 수령하라는 답변을 받고 그렇게 했다"고 해명했다.
자신 또한 고액의 연금 수령으로 국민연금이 감액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연금공단 측에 먼저 연락해 감액을 요청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거에도 국제기구 근무자가 고액의 비과세 소득으로 급여를 받는 경우 노령 연금을 감액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바 있었다"면서 향후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향후 이와 관련 법안을 발의했을 때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EBRD 근무 당시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됨에 따라 건강보험료 미납부 헤택을 누린 것에 대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조 후보는 "이 또한 개인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자동적으로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정애 의원은 2차 질의에서 "건강보험법 제2조, 제8조에 따르면 후보자는 해외 거주한 다음날 건강보험공단에 신고를 했어야 한다"며 "그랬다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소급해 425만원을 납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조 후보는 "잘 챙기지 못했다. 환급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조 후보를 둘러싼 의혹 상당 부분이 해소됐지만 의원들은 국민정서법을 내세우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위장전입, 세대분리 등 부동산 관련 의혹도 일부 문제로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조 후보가 "위장전입은 금전적 이득을 노린 것이 아닌 자녀의 학교생활 문제에 의한 것이었으며 실제로 경제적 이득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단기 사병으로 군복무 당시 야간대학원 등록 관련 병역특혜가 쟁점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병역법 118조를 제시하며 불법 병역특혜를 주장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의원까지 나서 "당시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 법 감정에 맞지 않는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자 조 후보는 "과거 위법사항인지 몰랐지만 합법성 이외 감수성 생각해보면 당시 금지 규정, 처벌 규정 없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행동에 대해 현역병을 생각하면 매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한편, 김원이 의원은 의대 정원 관련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려는 것을 시민단체, 법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로 옮겨 논의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의정협의도 중요하지만 보건의료노조와 합의한 노정합의도 중요하다.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조 후보는 "의대정원 확대는 중요한 사항으로 해당 위원회와 논의하겠지만 의정협의는 정부와의 약속이니 지켜야하지 않겠나. 의료계와 긴밀히 협의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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