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보건소장을 둘러싼 의료계와 공직계 대립이 첨예하다. 의료계는 보건소장은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공직계는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논란은 광주광역시 남구청이 일반직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12일 남구청은 보건소장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도록 하는 남구 행정기구설치 조례 시행 규칙을 개정하고 지난 16일 행정직 출신 보건소장을 승진·임명했다.
지역보건법 예외 조항에 따라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이 같은 인사가 가능하기는 하다. 하지만 2021년 남구 보건소장 모집에 두 명의 의사가 지원해 그 중 한 명이 임용된 것을 보아 예외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계 지적이다.
이에 광주광역시의사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에 따른 보건소 주요 기능인 의료·보건지도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선 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보건소의 역할은 질병예방과 공중보건, 통합돌봄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며,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보건소의 감염병 대응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이 같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 같은 주장은 특권 의식이며 남구청의 결정은 그동안의 차별적 관행을 끝낸 합리적 인사라고 반박했다. 보건소 업무 대부분은 행정 업무여서 현장 보건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전문 직렬이면 얼마든지 보건소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 역시 이에 가세해 지금의 보건소장 임용 기준이 차별적이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관련 논란을 국민 건강 차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높아져가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기대치를 고려하면 지역의료전달체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의 전문성 제고는 더욱 중요하다.
보건소 역할의 다변화로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관련 논란의 쟁점이 공직계에 대한 차별이 되는 것은 국민 건강보다 공무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또 의사 출신 보건소장은 그 전문성이 공중보건업무 수행에 더욱 적합하다는 합의에 따른 결과다.
의사 출신을 우대하는 임용 기준에도 비의료인 보건소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보건소장 중 의사 비율은 2017년 42.5%, 2018년 39%, 2019년 40.6%, 2020년 41.4% 등 감소세다.
의사 출신 지원자를 찾기 힘들어 보건소장 임용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 가능하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차별철폐를 이유로 이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임용 기준 완화 논의에 앞서 하락하는 의사 보건소장 지원율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차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은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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