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일명 119법(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의료계는 물론 응급구조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반대에 나섰는데요. 왜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9월 22일 행안위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된 119법안은 최춘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인데요.
개정안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119구급대원이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른 업무범위 제한으로 응급처치할 수 없어 응급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에 왜 의료계와 응급구조사가 반대하고 나선 것인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소방청장은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를 위한 교육·평가 및 품질관리 등을 계획하고 시행해야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죠. 이 문구의 숨은 배경을 두고 의료계가 발끈한 건데요.
최춘식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에 대한 행안위 검토보고서를 보죠. 동일한 전문영역 즉, 구급대원으로 역할을 하는데 직역(응급구조사 or 간호사)에 따라 업무범위가 달라 자격요건과 업무범위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짚었죠.
이어 두 직역간 업무범위를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제안을 담았는데요.
여기서 잠시 알아둬야 할 점은 구급대원이 응급구조사 출신과 간호사로 나뉘어 있고, 최근 들어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현재 응급구조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1조의 '응급구조사의 업무' 및 시행규칙에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호흡의 유지, 산소투여 등 총 14종에 한해 응급처치가 가능하죠.
반면 119구급대원의 24%를 차지하는 간호사는 의료법 제2조에서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의 지시하에 환자의 진료보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니 응급상황에서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다시 검토보고서로 돌아가보죠. 두 직역간 업무범위를 조정하자는 얘기인 즉, 간호사 직역에 제한적인 업무범위를 응급구조사 기준까지 허용하자는 것입니다.
마침 이번 개정안 관련해 실무협의에는 대한의사협회, 응급의학회, 응급구조사협회는 전면 배제하고 대한간호협회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응급구조사 입장에선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 챙겨주기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해진 건데요. 의료계 또한 의료법이 상위법인데 이를 무시하고 업무범위를 넘나드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인거죠.
당장은 '응급구조' 영역에 한해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확대하지만 추후 의료영역에서도 업무범위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셈입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도 개정안에 같은 입장이라는 점인데요. 실제로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는 "같은 자격임에도 근무하는 직종에 따라 업무가 달라져 현장의 혼란을 야기, 직업간 차별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119구급대원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응급구조사(1,2급)는 8512명(66.9%), 간호사는 3005명(23.6%)으로 아직은 응급구조사 비율이 높지만 과거 대비 간호사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간호사의 업무영역 확대 요구가 계속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번에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도 앞서 같은 내용의 법률안이 수시로 등장했는데요. 그때마다 응급구조사협회 등 관련 직역단체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의결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응급구조사협회 윤종근 회장은 "매번 개정안 의결 이전에 직역단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의결된 이후에 뒤늦게 알았다"면서 날치기 법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행안위 법안소위원회를 넘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상태인데요.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를 막을 수 있을지 법사위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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