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디지털 진단검사의 미래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웨어러블 기기 및 인공지능의 활용을 통해 개별화된 치료와 예후 개선 등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지만 데이터 표준화와 센서 정확도의 향상과 같은 과제 선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6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LMCE 2022 & KSLM 63rd Annual Meeting)를 개최하고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의 진단검사의 발전 및 진단검사 표준화 등 정책 토론회부터 최신 학술 지견 교류에 걸쳐 다양한 세션을 마련했다.
학회는 최근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높아진 진단검사 현장에서의 변화를 반영해 LMCE 2022의 주제를 'Digital Transformation of Laboratory Medicine: Linchpin of Future Medical Value'(진단검사의 디지털화: 미래의학의 핵심축)로 설정, 4차 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한 진단검사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비전을 집중 점검했다.
윤여민 학술이사는 "4차 산업혁명과 진단검사의 결합이 미래의 새 의료 가치 창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해 이번 대회 슬로건을 진단검사의 디지털화로 잡았다"며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데이터의 질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질이 인공지능이 도출하는 결과값과 상응하게 된다"며 "따라서 데이터 산출의 전초 기지인 진단검사 현장이 향후 의료의 부가가치 창출에 원동력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에 활용되는 의료기관 데이터의 약 70%가 진단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의 산출에는 의료진의 개입, 판단, 보정 등의 '변수 조정'이 들어가는 만큼 진단검사 전문가들의 숙련도가 양질의 데이터 산출과 직결될 수 있다.
윤 이사는 "현재 리얼월드 데이터는 환자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인공지능으로 리월월드 데이터를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부가가치 창출에 이런 데이터들이 핵심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학회 차원에서 데이터를 누가 생산하고 질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로 전환된 의료기관이 산출해내는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성이 높은 정보로 바꿀 수 있는 '표준화'의 시급함도 지적됐다.
최규태 홍보위원은 "먼저 인공지능 분석에 활용할 데이터의 질 관리를 위해 표준화가 시급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지만 각 병원에서 자체적인 표준화를 함께 진행면서 데이터의 호환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흩어진 자료는 활용성이 떨어지지만 자료가 표준화돼 있다면 이를 취합해 방대한 자료로 만들 수 있고, 이는 곧 양과 질도 담보하게 된다"며 "한 병원에만 표준화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라도 표준화에 대한 컨센서스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제품별, 환자별로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센서 측정값 신뢰도 확보도 선결 과제다.
최 위원은 "최근엔 환자들이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에서 생성되는 자료가 방대하기 때문에 센서의 정확도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의료진 입장에서 웨어러블의 센서가 임상적으로 적용하기까지 그렇게 정확성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센서의 민감도나 정확도를 조금 더 높여야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런 선결 과제없이 부정확한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이고 이를 인공지능이 활용해 분석을 한다면 오히려 정보 자체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10년 후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기 생산 업체와 의료계가 협력해 센서의 정밀도를 높이는 작업 및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
전사일 이사장은 "진단 데이터는 수치로 표시되기 때문에 쉽게 모을 수 있고 표준화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며 "수집 항목과 파라메터가 다르고 각 기관의 정보 관리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자료가 많이 축적돼도 쓸모가 없는 더미 데이터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진단검사 과정에서의 데이터를 검증하고 인증하고 학회와 협회의 역할이 더 부각되는 것"이라며 "실제 진단검사에서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성을 볼 때 10년, 20년 후에는 결국 환자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가 기관으로 직접 들어올 수밖에 없어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영민 학술이사는 "검증되지 않거나 노이즈가 낀 자료는 빈 껍데기 빅데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인공지능으로 분석해도 좋은 결과값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양질의 데이터 및 부가가치 산출에 대한 수요가 커질수록 이를 관리하고 생산하는 잘 교육된 진단검사 전문가들의 수요가 함께 증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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