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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도떼기 시장에서 성분명처방이 웬말인가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2-10-31 05:00:00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최근 식약처장이 국정감사에서 성분명 처방을 적극 찬성한다고 의견을 표명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에 대해서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다들 기억하듯이 2018년에 발사르탄 성분을 함유하는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NDMA 불순물 파동이 있었다. 그 때 미국의 FDA는 발사르탄 함유 제네릭 수십개에 대해 NDMA 성분을 각각 분석해 기준치 이상을 함유하는 경우 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했는가? 발사르탄 성분 함유 제네릭이 300개가 넘었다. 식약처는 NDMA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조차 없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나라는 300개가 넘는 제품에 대해서 모두 판매 중지 조치를 취했다. 이 때 문제의 불순물 파동은 오리지널 의약품이 아니라 제네릭 의약품에서 발생한 것이다.

2019년 라니티딘의 NDMA 파동은 원료의약품의 불순물 문제에 라니티딘의 체내 대사 중 발생 가능성이 있는 NDMA 문제가 함께 걸려 있어서(이는 나중에 유해한 수준이 아님이 입증됐음), 오리지널 의약품도 결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하게 됐지만, 대부분의 의약품 불순물 문제는 제네릭 의약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저가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불순물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수준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제네릭 의약품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중국, 인도 등에서 저가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우리나라는 의약품의 품질관리 수준이 낮고, 품질관리 서류를 위조하는 경우조차 빈번하다. 이는 최근 나름대로 열심히 품질관리를 해보고자 하는 식약처가 한달에도 몇건씩 의약품의 품질 문제에 대해서 행정조치 하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품질 문제가 영세 제약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것이다. 유수의 거대 제약회사들도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식약처가 그동안 얼마나 의약품의 품질관리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며, 그래서 거의 모든 제약회사들이 규제기관의 느슨한 틈을 노려 원료의약품 변경조차 신고하지 않고 품질관리서를 위조변경하는 등 의약품의 품질관리 수준이 초코파이의 품질관리 수준보다 못하게 된 것이다.

최근 식약처가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제네릭 의약품의 개수가 스위스처럼 몇 개에 불과할 때나 가능한 것이다. 라니티딘 단일 유효성분의 NDMA 분석에만도 제네릭이 300개가 넘어 수주가 걸렸는데, 그 다양한 성분에 대한 품질관리를 이 제네릭 도떼기 시장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그럼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제네릭 의약품의 도떼기 시장이 됐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왜 큰 공장에서 약을 떼와서 동네에 파는 보따리 장사 수준의 영세 수준이 많게 됐을까? 모두 식약처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이제야 공동생동을 제한하고 품질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규제가 될지,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니 참 우스운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를 제네릭 의약품의 도떼기 시장으로 만들고, 품질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식약처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성분명 처방을 주장한다는게!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수장이라면 성분명 처방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제네릭 의약품의 수를 대폭 줄이고, 제대로 된 품질 규제를 하는 쪽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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