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에 입문하는 사람은 무엇을 배울까. 아마 교양수업일 것이다. 그럼 의학교육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가? 문은 열려있다고 답하겠지만, 그 문 안에 발을 딛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의학을 배우는 방법은 의과대학에 입학하거나 학사를 따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이 있지만,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39개가 의과대학이므로 사실상 수능을 치고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다. 작년에는 45만명의 수능 응시자가 있었고 이 중에서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은 3000명 남짓이다.
그렇기에 이 3000명 전부가 들어올 자격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의술을 행하려는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허나 이 문 안에 발을 디디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학습능력이 떨어지거나 혹은 게을러 진급을 하지 못하고 유급을 반복한다. 어느 집단에나 물을 흐리는 사람이 있듯이, 이 곳에도 사회인으로서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일부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그러한 일부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집단이다.
의대생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건.사고와 관련된 뉴스기사는 과거부터 많이 나오고 있다. 관련 뉴스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10년전 모 의과대학 학생이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징역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학생은 현재 아무런 문제 없이 의사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의과대학의 집단컨닝, 탈의실 몰래카메라 범죄, 부정입학 등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유명인사 자제의 부정입학은 잦은 유급으로 인해 부정입학한 자가 학습능력도 부족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며 우습지만 씁쓸한 현 상황을 보여줬다.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의사가 되겠다는 목적의식 부재도 하나의 문제다. 수능점수만으로(정시전형)으로 입학한 동기와 얘기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수능 점수가 의과대학에 입학할 점수여서 이 곳에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대답이지만, 나는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중 꽤나 많은 수가 이럴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대단히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목적의식의 부재는 6년간 의학교육의 걸림돌이 되고, 교육기관의 교육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의학교육평가원이 발표한 ASK 2019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에는 '학생선발 과정에는 의사가 되려는 동기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중고등학교 성적, 다른 관련 학업 혹은 교육 경험, 입학시험 및 면접 같은 선발 근거와 방법을 포함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의과대학이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 뚜렷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정시전형의 경우, 면접이나 기타 서류제출 과정 없이 수학능력시험만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과대학에 원서를 쓰는 것만으로는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결국 학생을 직접 선발해 의학교육을 하면서 동기를 확인하거나 혹은 동기부여를 해야한다.
공평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의학교육으로 들어가는 문을 좀 더 열고, 나가는 문을 좁히는 것이 하나의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되 유급 커트라인을 올리고 졸업장 따는 것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정작용은 학생들의 목적의식 제고와 학습능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입학정원이 100명이 넘어가는 모 의과대학은 유급률이 높기로 유명한데 이 대학 같은 진급 제도를 전국적으로 정착시키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이렇게 되면 중간 이탈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효용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생기지만 지금도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험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예과제도를 폐지해 예과 때 배우는 교양 내용 들을 본과 사이사이에 넣고, 본과 때 배우는 내용들을 좀 더 이른 시기에 배우게 한다면, 학습부담은 줄고 초기에 이탈자를 늘려서 중간에 이탈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문을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이러한 얘기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문지기가 더욱 더 중요하다. 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피교육자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이다. 의료계가 자정작용을 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교육기관 역시 협력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만 선발해달란 얘기는 아니다. 준비될 인재를 선발해 사회로 보낼 때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교육을 좀 더 꼼꼼히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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