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진행되는 대대적인 의료산업 지원 방안인 '제1차 의료기기 산업 육성 지원 종합 계획안'을 내놨지만 일선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지원책으로 인해 오히려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특히 일각에서는 10년전의 정부 발표와 차이가 없다며 실효성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복지부, 1차 의료기기 산업 육성 종합계획 공개
보건복지부는 16일 보헌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제1차 의료기기 산업 육성 종합계획 공청회를 열고 이에 대한 기본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마련된 종합계획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방안을 담은 주요 추진 전략과 실행안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 5월 산·학·연 외부 전문가 52명으로 구성된 의료기기 산업 육성 지원 전략기획단은 물론, 8개의 분과 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과제를 마련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종합계획에는 상당히 방대한 내용의 지원 방안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보면 골자는 네가지의 줄기로 전략적 R&D와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지원, 해외 진출 확대 및 규제 합리화로 압축된다.
일단 전략적 R&D는 향후 5년간 수출 분야와 유망 분야, 공적 분야 의료기기에 대한 R&D를 기본으로 지속가능한 범부처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체회진단분야에 대한 R&D를 늘려 성공 사례를 확산하는 동시에 영상진단 기술을 프리미엄화 하는데 주력하며 수출 주력 분야 초격차 확보를 위해 연구 개발을 지원한다.
또한 의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에 대한 선제적 개발을 지원하며 융복합 의료로봇 개발과 차세대 이식형 의료기기 개발에도 전략적 R&D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두번째 줄기인 혁신의료기술 지원책은 일단 글로벌 혁신의료기술 임상실증센터를 구축해 임상 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트레이닝센터를 지어 국산 제품 사용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이 주축이다.
이와 함께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디지털헬스기기의 실증을 지원할 계획이며 이를 활용한 의료서비스 활성화도 도모한다.
또한 디지털헬스기기에 대한 임상평가 허가 기준을 개발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안내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시장진출 지원 방안으로는 글롭러 시장 진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진출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거점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며 국내 의학회 및 전시회를 통해 국산 혁신의료기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한다.
특히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방위 지원을 통해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며 통합 정보 제공 플랫폼을 구축해 전주기 종합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의료기기 개발 데스밸리 극복을 위해 펀드를 조성해 금용 지원을 진행하게 되며 가칭 메드텍 혁신페어와 의학회와 연계한 공동연구 협의회를 구축해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열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규제합리화 방안으로는 새로운 기술의 신속한 의료현장 진입을 위해 임상시험 승인을 간소화하고 혁신 가속화를 위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인프라를 조성하게 된다.
또한 의료기기 산업 인재 양성 정책 마련을 위해 수급조사를 실시하고 의료기기산업 특성화 대학원을 확대해 교육 과정을 고도화한다.
발표를 진행한 복지부 김정연 의료기기·화장품 TF팀장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중소기업의 전주기 역량 및 고급 인력이 부족하며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또한 혁신 분야 기술 개발이 확산되고 있지만 인허가 후 현장 진입에 난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의료기기들의 안전성과 유효성, 우월성 입증을 위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확산과 체외 진단 기술 경쟁력을 확대하며 4차 산업 기술 혁신을 이끌기 위해 중장기 육성 전략을 수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기업들 종합계획 실효성 물음표…"알맹이가 없다"
이러한 종합계획이 공개되자 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대대적 지원책 마련을 반기면서도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내용 자체가 의료기기 산업의 문제점과 전망을 짚어내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피부와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청회를 방청한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내용도 좋고 형식도 좋고 그림도 예쁜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잘 와닿지가 않는다"며 "아무리 종합계획이고 초안이라고 해도 전혀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마치 기업의 구체적 로드맵을 묻자 '인류 건강에 대한 기여'라고 답하는 그런 느낌 아니었나 싶다"며 "너무 포괄적인 내용을 담다보니 그래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메시지가 와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산업계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다 범부처급인데 이에 대한 구체안이 어떻게 추진될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너무 많은 주제와 카테고리들을 담아내다 보니 오히려 현실성이 없는 뜬구름같은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다.
마찬가지로 공청회를 참관한 B의료기기 기업 대표는 "사실 디지털헬스케어 한 분야만 해도 그 범위와 카테고리가 어마어마한데 R&D와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만 있으니 어느 분야를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최소한 R&D 규모나 예산 편성 등에 대한 계획이라고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실증을 넘어 임상 현장 진입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 지원 방안을 기대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국산 제품에 대한 의료진 사용경험을 확대하고 디지털헬스기기 실증을 지원한다는 두루뭉술한 내용이 다다"며 "구체적 로드맵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10년전부터 계속해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 종합계획이 지나치게 혁신의료기기에 매몰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등이 유망한 것을 인정해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제조 기업의 어려움과 문제는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C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봤는데 결국 핵심은 체외진단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책 아니냐"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말 그대로 의료기기산업 육성, 지원책인데 한 분야에만 너무 밀어주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사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가 유망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받치고 있는 것은 제조, 치료재료 기업들"이라며 "공장이 멈추면 의료 현장도 멈추는데 이제는 외면을 넘어 무관심한 상황에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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