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립대병원조차 필수의료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환자들의 진료대기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2년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및 충원 현황에 따르면 매년 필수의료 전문과목 전공의 충원율이 감소했다.
이 의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과·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8개 필수의료 분야 전문과목에 대해 전공의 충원율을 확인했다.
그 결과 6년 전인 2017년도 대비 2022년도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지원율은 95.1%에서 78.5%로 약 20%가량 급감했다.
지난 2017년 95.1%, 2018년 91.3%, 2019년 90.6%, 2020년 88.8%, 2021년 82.9%, 2022년 78.5%로 6년간 단 한번의 증가없이 매년 하락했다.
더 문제는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국립대병원조차도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충원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전국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8개 전공과목 전공의 충원율을 확인한 결과 서울대병원만 유일하게 8개과 전공의를 모두 채웠을 뿐 11개 국립대병원은 적게는 1개과, 많게는 4개과까지 미달 사태를 막지 못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7개 전문과목 지원자는 모두 찾았지만 흉부외과 3명 정원에 1명이 지원하는데 그쳤으며 전남대병원도 대부분 정원을 채웠지만 소아청소년과는 4명 정원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못 찾아 공백이 예상된다.
경북대병원은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4개 전문과목에서 미달현상이 나타났으며 특히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2개과목은 지원자가 전무했다.
경상대병원은 더 심각한 상황.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3개과 모두 전공의 지원자가 0명으로 당장 필수의료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 같은 전공의 지원율 감소는 진료대기 일수 증가로 이어졌다. 다시 말해 필수의료인력이 줄어든 만큼 환자들은 더 오래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22년도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미달이 극심했던 경북대병원의 22년도 3~4분기 외래 대기일수를 보면 2017년 대비 소아청소년과는 10.2일에서 16일로 늘었으며 흉부외과도 6.7일에서 9일로 늘었다.
경상대병원 또한 외래 대기일 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응급의학과를 제외하고 흉부외과는 2017년 2.2일에서 2022년 3~4분기 6일로 약 3배 길어졌다. 소아청소년과도 5.2일에서 11.3일로 2배 이상 대기해야 진료가 가능해졌다.
이는 22년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외래 진료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병원 산부인과와 제주대병원 흉부외과도 22년도 전공의 충원율 0%를 기록했던 전공과목에선 22년도 3~4분기 어김없이 외래 대기시간이 급증했다.
전북대병원 산부인과는 2017년도 5일에서 2022년도 15일로 3배 늘었으며 제주대병원 흉부외과는 2017년 5일에서 2022년 14.4일로 이 또한 약 3배가량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예방의학과)는 "필수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전공의 충원율을 제고하려면 인력이 유인될 수 있는 확충방안이 필요하다"며 "의사 인력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인력, 자원, 재정적 측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권역 내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총괄하는 국립대병원에서조차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충원율이 위기 수준으로 저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약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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