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 진출의 최대 허들로 대두됐던 MDR(Medical Device Regulation) 시행이 결국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유럽연합이 장고끝에 결국 시행 재연기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출 포기까지 검토하던 국내 기업들은 일단 몇 년의 시간을 벌었다고 화색을 띄고 있다.
2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강화된 의료기기 인증인 MDR의 시행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MDR 인증이란 유럽 연합 소속 국가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기 위한 인증 절차로 흔히 CE로 알려진 CE-MDD(Medical Device Directive) 인증에 대한 개정판이다.
지난 2010년 3월 유방 성형용 실리콘에 대한 부작용으로 프랑스에서만 3만여명의 여성이 피해를 입자 쉽게 말해 안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
가장 큰 변화로는 일단 무조건적인 임상시험 의무화 규정이 있다. 현재는 임상평가보고서만으로 인증이 가능하지만 MDR이 시행되면 필수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이렇게 인증을 받고 나서도 매년 시판 후 정기적 안전성 보고서(PSUR)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곧바로 인증이 취소된다.
이외에도 의료기기의 범주가 크게 확대돼 현재 인증이 필요없는 콘택트렌즈 등도 모두 인증 대상에 들어가게 되며 각국의 지침에 따라 의료기기 고유 식별(UDI)를 마련해 추적을 용이하게 조치해야 한다.
현재 CE 인증에 비해 일단 임상시험을 무조건 시행해야 하는데다 매년 안전성 보고서를 써야하고 별도의 담당자를 배정하는 등의 조치로 인해 직간적접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한 상황.
이를 감안해 유럽연합은 2021년 5월 법안 발효 후 2024년 5월까지 시행을 연기하며 이에 대한 준비를 당부한 바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여전히 MDR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주판알을 굴려봐도 규제 자체가 워낙 까다롭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보니 타산이 안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국내 중견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사실 지난 2020년 이후 MDR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회사의 중요 아젠다가 되고 있다"며 "일단 연기가 되면서 버텨가고는 있지만 그 부담은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실상 인력을 배정하고 컨설팅 에이전시를 붙이지 않고서는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대대적 개편"이라며 "왠만한 중소기업에서는 감당 못할 일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럽연합이 급격하게 재연기를 추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당장 기업들이 MDR 인증을 받느니 수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예가 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영유아 대상 카테터를 제조하는 Osypka사를 비롯해 Getinge 등 의료기기 기업들은 MDR 인증을 받지 않고 아예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이들은 사실상 대체품이 없는 필수 의료기기라는 점에서 실제로 철수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
이로 인해 유럽연합 소속의 여러 국가에서 재연기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고 결국 각국은 투표를 거쳐 압도적인 표차로 이를 가결했다.
이처럼 MDR 재연기가 최종 확정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화색이 도는 분위기다. 마찬가지 이유로 수출 포기까지 검토하던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 B사 임원은 "솔직히 MDR로 인해 수출노선 철수나 OEM 등의 전환 등을 검토한 바 있다"며 "당장 내년 시행이라 골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는데 불과 4~5년이라 해도 시간을 번게 어디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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