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의사들이 자칫 목자 잃은 양 떼처럼 길을 잃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차세대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실제 임상현장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창업에 나서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창업에 나선 후 쓴맛을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임상현장에서는 무조건적인 '창업'을 경계하면서 투자 등 철저한 준비와 이를 지원하는 기구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한국디지털의료융합산업협회'다. 초대 회장으로는 임상현장 1세대 의사 창업자로 손꼽히는 송해룡 부천 뉴대성병원 의료원장 겸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정형외과)가 추대됐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송해룡 한국디지털의료융합산업협회(이하 협회‧사진) 초대 회장을 만나 창립 배경과 향후 역할을 들어봤다.
'디지털·헬스케어·금융' 융합한 개념 제시
지난 1월 출범한 협회는 의료 스타트업 기업을 필두로 병원, 제약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대학, 통신사 등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금융 개별마다 분산됐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산업의 방향성을 업계를 넘어 정부에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학술단체가 잇따라 창립되는 가운데 의사 창업인과 기업, 자산운용사, 보험 및 제약사까지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협회 내에서의 융합, 투자 연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협회를 이끌 초대회장에는 의사창업연구회장으로 1세대 의사 출신 창업인으로 불리는 송해룡 부천 유대성병원장이 맡았다.
고대구로병원 재직 시절 연구중심병원과 개방형 실험실로 의사와 스타트업을 매칭,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마련에 힘써온 만큼 단체를 이끌 적임자로 추대된 것이다.
협회에는 디지털 의료 분야 기업 및 기관 100여 곳과 의사 기업인 100여 명으로 구성된 만큼 대표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송해룡 초대 회장은 협회가 의사 창업인과 관련 스타트업,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의 의견을 한데 모아 제시하는 '우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증가한 의사 창업자들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창업 후 매출을 생산하기보다 정부 연구비 수주를 통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에게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협회가 되겠다는 의지다.
송해룡 초대 회장은 "현재 의사 창업 기업의 경우 200여개"라며 "하지만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한계에 다다른 좀비기업들이 적지 않다. 정부 연구비 수주로 명맥을 이어가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해룡 회장은 "의사 출신 창업인들이 많지만 이들을 이끌 주체가 없다. 결국 목자 잃은 양 떼처럼 도생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자산운용사, 보험사, 제약사들과 매칭 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창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기업 매칭 통해 한국판 CES 개최"
그렇다면 협회 창립을 통해 송해룡 회장이 하고자 하는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송해룡 회장은 제약‧의료기기 기업, 대형병원의 의료진, IT 대기업, 플랫폼 대기업, 보험회사 등이 협업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사업화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외 제약, 의료기기기업, 투자회사들과 투자조합을 만들어 의사 창업자에게 투자, 진료수익보다는 기술 사업화로 수익을 얻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협회가 중심이 돼 이 같은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우산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송해룡 회장은 "협회가 플랫폼이 돼 스타트업과 기업, 지방자치단체를 연결하거나 이를 통해 사업화를 이뤄나가는 시나리오"라며 "앞으로 의사 창업 스타트업과 기업을 실시간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하려고 한다. 사단법인 인가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임상현장에서 확인한 기술을 가지고 창업한 의사들이 현실의 벽에 막혀 폐업하는 사례도 존재한다"며 "창업한 의사의 경우 임상현장에서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폐업한다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기술이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기술 사업화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행사 개최도 송해룡 회장이 구상 중인 목표 중에 하나다. 연구중심병원과 개방형 실험실 모델 구축 경험에서 비롯된 것.
송해룡 회장은 "최근 보험사와 통신사가 웰니스 시장을 겨냥해 디지털헬스사업단을 신설하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스타트업이 대다수인 의사 창업 기업 입장에서는 제약사들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들을 연계해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실험실 운영을 책임졌던 당시 정부가 개최하는 바이오 코리아를 통해 스타트업과 기업을 매칭시켰던 경험이 있다. 장기적으로 협회가 스타트업의 제품을 알릴 전시회도 개최하려고 한다"며 "플랫폼을 만들어 우산 안에서 의사와 기업, 지자체, 투자자가 교류할 수 있는 모델이 탄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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