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수가협상에서 등장하는 주요 단어인 '물가'. 건강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도 지난해 물가가 상승해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의료계는 진료비가 늘었지만 인력 확대에다 물가까지 눈에 띄게 상승하면서 관리비 지출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은행의 생산자 물가지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종별 의료인력 현황 데이터를 활용해 지난해 물가와 인건비 변화를 분석했다. 데이터는 2021년과 2022년 4분기 수치를 활용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 변동을 종합한 지수를 말한다. 해당 물가지수가 늘었다는 소리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가 올랐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부담도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생산자물가지수(기준연도 2015년) 항목 중 의료기관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품목은 의약품 원료, 혈액 및 체액용약, 의약품 완제, 의료품, 초음파 진단기기 등이다.
지난해 의약품원료, 혈액 및 체액용약, 의약품 완제 생산자물가지수는 각각 93.5, 98.8, 98.5로 기준점인 100 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증가율도 2021년 보다 각 1.9%,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의료품 지수는 눈에 띄게 올랐다. 2021년 101.7에서 지난해 111.5로 8.8%나 증가한 것. 초음파 진단기 지수도 98.1에서 110으로 10.7%가 늘었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기료 및 도시가스, 난방비 상승도 주목할 부분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전기료 지수는 2021년 105.4에서 2022년 125로 15.7%나 증가했다.
지난해 겨울 특히 비용 상승으로 논란이 일었던 난방비 증가율은 더 컸다. 도시가스는 94.7에서 129로 26.6%, 지역난방비는 98.7에서 132.3으로 25.3%로 뛰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소비자'가 고스란히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병원급 이상은 24시간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전기료 및 난방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사실 의약품 등은 실거래가 상한제 등으로 비용이 비교적 투명하기 때문에 행위료를 이야기할 때 포함되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의료품 비용은 의료서비스에 포함돼 있는 부분이라서 별도 산정하거나 따로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물가가 오르면 부담은 고스란히 의료기관 몫"이라고 지적했다.
송재찬 상근부회장도 "환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의료 관련 제품 자체 비용 증가가 상당하다"라며 "고령화, 의료기술 발달로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수가가 일정 수준에서 고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장은 "지난해는 난방비도 특히 올랐다. 병원은 24시간 난방이 필수라 상승 폭이 실제로도 높고, 체감은 더 높다"라며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자체적으로 퇴근 전 난방 끄기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토로했다.
■병의원, 고용 확대 추세…요양병원만 감소
의료기관은 고용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호소했다. 심평원 의료인력 데이터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이외에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치과기공사 및 위생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영양사, 조리사, 원무담당, 안경사, 기타종사자 등의 직군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공개된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의료기관이 채용한 인력은 '요양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늘었다. 지난해 종합병원 근무 인력은 16만625명으로 전년도 보다 5.1% 증가하며 가장 많이 늘었다. 상급종병 인력도 10만4546명에서 10만9439명으로 4.5% 증가했다. 개원가 근무 인력은 14만3503명에서 14만8206명으로 3.2% 늘었다.
병협 관계자는 "고용의 증가도 증가지만 질적 측면에서도 의료기관은 거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할 때도 의료기관은 고용을 증가시켰다. 전체 취업에서 증가율을 보면 보건의료 쪽이 월등히 앞선다. 이런 부분은 정책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의원에 고용된 평균 고용인력이 4.2명 정도이며 이들의 인건비를 보장하려면 5% 수준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행위료가 오른 만큼 인건비와 관리비 등 비용 지출도 그만큼 커졌다"라며 "최저임금도 오르지만 전반적으로 인건비가 높아졌기 때문에 기존에 다니는 직원 월급도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감염병 유행 때는 위험수당을 지급하는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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