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6일, 보건의료시민단체와 의료계가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요양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를 환자를 대신하여 전송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하였다.
아직 통합대안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논의된 경과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대한민국에 없는 서비스처럼 언론에 보도된다. 그러나 보험업법 개정없이도,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없이 실손보험 청구를 시행하고 있는 요양기관은 7천여개 이며, 2023년 말까지 전국 80%이상의 요양기관이 사용하는 차트회사는 실손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시행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법에서 허용하는 최소한의 범위의 청구를 위한 정보만이 전송된다.
필자는 2023년 5월 25일 김종민, 김성주, 강성희 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및 참여연대 등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국회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살펴보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이슈를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 의료계가 주장하는 바와 보험업계 및 금융위가 주장하는 방법의 차이를 살펴보고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비급여 노출 등을 걱정하여 보험업법 개정을 반대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의료계 반대이전에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가 반대해왔던 사안으로 환자정보의 'digital profiling'(환자의 자세한 병력, 진료기록 등이 전자적으로 보험사가 체계적 관리)의 문제였다.
환자의 민감한 정보가 digital profiling이 되면 소액의 실손청구는 간편하게 지급될지라도 향후 뇌졸중, 암 등 중증질환 등에 지급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청구되지 않는 실손보험금이 마치 다른 주머니에서 가압자들에게 돌려줄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현재도 보험사가 주장하는 손해율이 130%라면 소액 실손청구가 늘어나 낙전수입이 감소하면 보험사는 차기 보험료를 갱신해 올릴 것이므로 조삼모사나 마찬가지이다.
보험이란 큰 비용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주는 게 목적인데, 보험사가 주장하는 바는 마치 소액의 청구를 국민에게 돌려주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소액의 청구로 환자의 정보를 쉽게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의료계는 현장에서 민간보험사와 환자와의 지급 분쟁을 오랫동안 봐 왔고, 보험사가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걸 봐왔다. 따라서 영리기업인 민간보험사의 환자의료정보 profiling은 최소화 해야 한다.
이번 보험업법에서는 영수증, 세부내역서 등등… 청구를 위한 정보라고 하지만 향후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통해 환자의 민감정보요청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료계는 영리기업이 국민의 민감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반대한다. 또 대통령령으로 전송방식의 지정이나 청구서류를 정하는 것을 위임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향후에도 청구정보는 최소화 되어야 하며 보험사 영리를 위한 다른 목적의 사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의 의도이다. 전술하였지만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 없이도,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없이 현재 기술적으로 청구간소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있음에도 실손보험사는 이를 확대할 생각을 하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보험업법 개정을 주장하였다.
이는 보조적 기능을 하는 실손보험이 단일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공보험 지위를 위함으로 보인다. 요양기관이 환자를 대신하여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것은 단일공보험 체계 및 요양기관 채권 청구권리를 위함이다. 이를 민간보험사가 사적계약으로 이루어진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건 일견 편할 수 있으나, 이는 공적자산으로 이루어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영리를 위한 민간기업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보험업법 개정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청구간소화를 법으로서 강제화 하고 이를 보험사 이득에 귀속시키는 법이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15조의2 동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4조의4 등에 따라 공공기관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여 민간과 중복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이미 자율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법으로서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보험업법 개정 없이는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최소한의 범위로 환자의 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없이 시행이 가능하나, 보험업계가 주장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청구간소화는 환자의 보다 많은 의료정보를 취득하고 자율적 민간핀테크 시장을 파괴하며 보험사의 이득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보험업법 개정에 관한 소위 통과를 비판하며 법으로 강제해서는 안되고 원하는 요양기관만 자율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국민 권익을 위해 아래의 내용이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주장한다.
첫째, 실손보험 청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환자가 진료정보를 직접 선택하여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에게 실익이 없는 공제금액 범위나 소액까지 모두 청구가 되어 민감정보의 취득을 최소화 해야 한다.
둘째, 실손청구 정보는 특정기관에 집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로그기록 이외에 정보저장이 되어서도 안되고, 전송과정은 암호화/연람-편집금지 등이 되어야 한다.
셋째, 실손보험 청구서류는 영수증 등으로 최소화 해야 하며, 진료기록부 등의 요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 개정안은 세부서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향후 금융위가 임의적 서류를 추가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할 기전이 필요하다.
넷째, 의료데이터에 대한 전송 등 관리는 금융위가 아닌 보건복지부과 관리감독 해야 하며, 그 관리를 위해 의료계 및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도 마이데이터3법이 행안부나 기재부 등에서 관리하고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실손청구 데이터 또한 개인정보가 결합되면 개인의 권리침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민의 의료관련 데이터 관리 거버넌스를 타부처가 아닌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계는 청구간소화 명목으로 환자의 의료정보를 digital profiling하는 보험업법 개정 자체도 반대하지만, 대통령령 위임체계로 청구범위를 정하는 것도 반대한다.
이상 보험업법 소위 통과에 대한 의료계 소회와 문제점 등을 언급하였다. 국민의 민감정보로 인한 권리 피해와 보험사의 이득을 대변하는 보험업법 개정이 지금이라도 철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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