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수당 시범사업이 다음달 확대될 예정이지만 개원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행정업무가 많아 일반진료의 2~3배 시간이 소요되지만, 수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환자 불편도 만만치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현재 6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상병수당 1단계 시범사업에 4개 지자체를 추가해, 오는 7월부터 2단계 시범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단계 시범사업은 기존처럼 모든 취업자가 아닌,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하며 1단계 시범사업과 병행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단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의료기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무량 대비 보상이 충분치 않아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개중엔 시범사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곳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장의 대표적인 불만은 과도한 행정업무다. 상병수당을 받기 위해선 시범사업 의료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선 환자의 검사결과·수술기록 등을 토대로 한 문진이 필요하다.
시범사업 참여기관 입장에선 타 의료기관의 기록지를 처음부터 검토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 환자 역시 검사·치료를 받는 곳과 신청하는 곳이 달라 불편을 느낀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참여기관은 환자의 근로활동불가기간을 산정해 진단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치료기관과 개념이 달라 이를 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신청에 익숙해졌는데도 첫 진단서를 작성하는데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2차 진단서도 20여분이 걸리는 실정이다. 신청 시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많아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수가는 신청 시 2만 원, 1차 진단서 작성은 1만5000원으로 의원급 초진·재진 진찰료와 비교했을 때 15~20%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진단서는 2차부터 1만 원으로 떨어져 재진 진찰료보다 낮아진다.
이와 관련 한 시범사업 참여기관 원장은 "진단서가 거의 장애진단서 수준으로 복잡한데 점심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환자와 30분 넘게 씨름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애초부터 수익보단 환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2단계부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상책으로 환자 한 명당 2만 원의 연구지원수당을 마련하긴 했지만, 일선 현장은 이를 적절한 보상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마저도 시범사업 기간 중 한시적인 지원이어서 제도화 이후엔 참여율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부천시의사회는 2단계 시범사업에 앞서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참여기관이 적어 환자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환자가 병원과 상병수당 참여기관 오가며 검사·치료와 신청을 따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치료받은 병원에서 의사가 써준 소견서·진단서를 토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평가만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이라도 서류작업을 간소화하고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환자의 상병수당 수요는 높은 반면 1단계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240곳에 불과해 이들이 더 먼 거리를 오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부천시의사회 전성호 법제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픈 몸으로 오가야 하니 환자 입장에선 힘들다"며 "치료해주는 의사가 따로 있고 상병수당을 신청해주는 의사가 따로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참여율이 늘어나야 하는데 기존 시범사업에 대한 현장의 실망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2단계 때 참여하겠다는 의료기관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의사가 어렵게 소견서와 진단서를 써줬는데 또 건보공단에서 심사위원을 통해야 하는 것도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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