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논의로 촉발된 대한의사협회 규탄 움직임이 격화하면서 집행부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의료계 일각에서 탄핵 움직임까지 보이자 이는 악의적으로 집행부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맞서는 모습이다.
26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현안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집행부 탄핵을 위해 마련된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 동의서'에 대한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의협 회장단 불신임 움직임이 보이자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 대전광역시의사회 김영일 회장은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 동의서'를 의협 대의원들에게 배포하며 현 집행부를 불신임하는 안건 상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후 의료현안협의체 등 현안 해결에 전권을 부여하는 대의원 산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이다.
이는 의협 집행부가 '회원의 중대한 권익 및 대의원 총회 의결사항'을 위반하는 등 정관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집행부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 면허취소법,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등의 법안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를 추궁하는 회원들의 질문에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연판장을 통해 "더는 현 집행부에 회무를 일임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랐다고 판단된다. 모든 회원이 느끼는 문제점을 대변해야 하는 대의원으로서 이를 외면하고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동의하는 대의원들의 동참을 진심으로 호소한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분노가 담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임시총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안건은 의협 이필수 회장, 이정근·이상운 부회장 불신임 및 대의원 산하 비대위 설치다. 관련 사유는 ▲의대 정원 ▲수술실 CCTV 의무화 ▲면허취소법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 ▲검체수탁검사 고시 ▲비대면 진료 ▲의학정보원·면허관리원 ▲공적전자처방전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한의사 한림원 등록 및 대한한의사협회 영어 명칭 ▲전문약사제 등 11개 사안에 대한 오·무대응이다.
다만 이 연판장은 아직까지 임시총회 개최 요건인 81명의 동의의 절반도 채 얻지 못해 실제 탄핵까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 의협은 기자회견을 통해 매 사안에 반박하며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근거도 미약하다고 맞섰다. 이는 그동안의 의협 회무와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대응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때에 집행부를 악의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은 회원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
이정근 부회장은 의대 정원과 관련해 아무것도 합의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미래에 필요한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하자는 것에만 동의했으며 이마저도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대책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논의에서 필요 의사 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또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의대·공공의대는 절대 불가하며 늘어난 의사가 필수·지역의료로 흘러 들어갈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진 이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우리 협회가 정부와 의대 증원을 합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관련 적절성을 따지는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정부는 의대 증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만큼, 험난하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우리 협회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관련 문제점과 부작용을 계속 지적해 나갈 것이며 회원들의 민의가 정책방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논의 없는 일방적 수용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그동안 의협은 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 TF 및 소위원회, 의료계 자문단 등을 통해 정부와 총 24회의 간담회·회의를 진행해 왔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의료계 요구사항인 수술실 CCTV 설치 및 관리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반영하려고 했다는 것. 하지만 결과적으로 법안을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선 향후에도 '필수의료분야 의료사고 특례법' 추진 및 헌법소원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진규 부회장은 "CCTV 설치 의무 법제화는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으로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및 운영이 의료기관에 부당한 규제로 적용되지 않도록 헌법소원 제기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관련해선 해당 법안이 이전 집행부부터 이어져 온 상황을 조명했다. 실제 면허취소법은 현 집행부가 출범하기 3달 전엔 2021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현 집행부는 임기 시작부터 해당 법안에 대응해 왔으며 정치권과의 소통으로 이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로 끌어내리는 성과를 냈다는 것. 하지만 법사위 심사 없이 면허취소법이 갑자기 본회의로 직회부 되면서 불가항력 적으로 법안이 통과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정부 및 국회에서도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우리 집행부는 해당 법안을 재검토해 개정안 발의 및 논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법안이 공포 후 시행되기까지 5개월의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전까지 법안 내용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 및 정부와 지속적인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와 관련해서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TF에 참여해 지난달까지 11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구간소화는 민간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실제 EMR 기업인 유비케어와 핀테크 업체인 지앤넷이 MOU로 청구간소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어서, 실현된다면 전체 청구 건의 80~90%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동안의 논의에서 청구자료 전송 방식을 의료기관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간 법안엔 보험업계가 선택 주체로 있어 이를 되돌리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협은 이 밖의 지적사항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설명하며 안일한 업무처리로 대응에 실패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이런 움직임 있는 것을 내부적으로 파악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대응 여부를 고민하다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고 어떤 목적을 위한 흑색선전이 벌어지고 있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특히 현안에 큰 관심이 없고 진료에만 매진하는 회원들은 더 크게 오해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건강한 논란과 견제는 이뤄져야 하지만 단순히 불신임을 위한 의혹 제기는 건강하지 않다"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할 회무 특성상 회원들에게 세부적인 부분까진 전달하기 어렵다. 앞으로 회원에게 신뢰를 주는 집행부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협 이필수 회장은 "제41대 집행부는 의료의 기능에 역행하고,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비전문적인 시도와 분쟁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며 "일부의 왜곡된 입장이 일방적으로 일선 회원에게 전파된다면 협회의 대외적 회무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역량을 저하시켜 회원에게 부당한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이 "이 같은 허위 주장에 불안감을 느끼실 회원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하고 현장의 혼란을 불식하고자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며 "악법을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법안을 만드는 것에도 집중해야 한다. 의료계 리더라면 대안 없이 비난만 하면 안 된다. 회원 위해 노력하는 집행부와 임직원들을 응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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