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활기찬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습동아리' 구성을 적극 추진했다. 2019년부터는 매년 지역본부별로 경선을 거쳐 4개의 학습동아리팀을 선정해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 출전토록 하고 있다.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공기업과 사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산업계 전국체전으로 불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경연장이다. 건보공단을 대표해 출전하는 4개의 학습동아리들은 꾸준히 금상, 은상, 동상 등을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의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기법연구반'도 건보공단을 대표해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에 출전해 동상을 받았다. 2021년에 벌어진 일이다. 2020년에 만들어져 1년여 만에 이룬 쾌거다.
건강보험 영역에서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데 장기요양보험 영역에서도 '현지조사'라는 단어는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을 얼어붙게 만드는 단어다. 장기요양보험에서 현지조사도 건강보험 영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보공단 직원 3~4명이 팀을 이뤄 부당청구가 의심되는 장기요양기관을 직접 찾아 부당청구 금액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팀당 일주일에 장기요양기관 한 곳, 많으면 2~3곳으로 현지조사를 나간다. 그렇게 한 달에 20곳 내외의 장기요양기관을 현지조사한다.
학습동아리를 대표해서 인터뷰에 나선 장재민 과장(34)은 "학습동아리가 구성된 가장 큰 이유는 직원들의 워라밸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라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출장 조사를 하고 나면 금요일부터는 조사 내용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조사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야근과 주말 출근은 기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요양기관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기관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라며 "그에 따라 조사가 필요한 부당청구 의심기관도 따라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과장은 2019년 7월부터 장기요양기관 현지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워라밸의 저하와 업무량 증가라는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업무의 효율화'.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한 엑셀 활용능력 향상 및 데이터 처리 자동화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호회 구성원의 뜻이 모였다.
안티부당클럽은 엑셀과 VBA(사용자가 직접 소프트웨어 기능을 정의하거나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했다.
장 과장은 "장기요양기관의 청구 데이터를 엑셀 데이터로 추출을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기관의 청구 유형을 분석했을 때 부당 유형 추정을 사전에 분석할 수 있도록 경향이 잡힌다"라며 "이런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면 엑셀의 활용 능력도 올라가고, VBA를 통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을 자동화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께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리는 나아가 학습내용을 바탕으로 '장기요양기관 분석 자동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장 과장은 "단순 반복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로 보다 양질의 현지조사가 가능해졌다"라며 "학습동아리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 본부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습동아리 운영은 업무 성과로도 이어졌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야근과 주말 출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체 초과근무시간이 35% 줄었고 구성원 업무 불만족률도 75%에서 46%로 29%p 감소했다.
업무 효율화도 눈에 띄게 이뤄졌다. 조사 자료 준비 시간이 78~88% 단축됐고 조사 기관 사전 분석 시간 역시 23~25% 줄었다. 시설 기준으로는 평균 220분 정도 줄었다.
장 과장은 "안티부당클럽으로 이름이 바뀐 이후에는 기관 유형별로 다양한 부당청구 사례를 학습하고 있는데 이는 지능화된 부당청구 유형의 분석 전문성이 올라갔다. 다양한 부당사례를 공유하면서 구성원 역량 또한 강화됐다"라고 평가했다.
다수가 모여서 학습하는 형태 자체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학습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벗어나 도전적 정신을 기를 수 있었고 서로 지식 교환을 통해 이차적 지식을 창출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는 것.
현지조사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등의 일도 겪었다는 장 과장은 장기요양기관들이 급여 청구 전 고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비단 장기요양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영역에도 해당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는 "고시 기준에 상관없이 선의로 행했던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를 현장에서 다수 목격했다"라며 "고시 기준을 잘 지키면 좋은데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부당청구로 확인되면 환수처분에다 액수에 따라 업무정지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부당청구 사례도 공유하고 있으니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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