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의대 증원이 급물살을 탔다. 야당은 이르면 다음 주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이슈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19일 구체적인 의대 정원 규모와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주 발표 여부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2025년 대학입시부턴 확대된 의대 정원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다.
■거론되는 의대 증원 규모는…351명에서 최대 1000명까지
증원 규모로는 의약분업으로 줄었던 351명을 다시 되돌리거나,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구속영장 기각, 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정체된 윤석열 정부 지지율 등 여당의 정치적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 여건을 고려했을 의대 증원 규모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선거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이례적일 정도로 함구하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발표가 임박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 판단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 및 공공·지역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등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침묵하는 복지부 "의대 증원 계획 발표 임박"
이와 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원래도 정부에 발표 계획이 있기는 했는데 여러 정치 상황을 고려해 상당히 앞당겨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의대 정원은 국민 지지가 있고 학부형들도 관심이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 차원에서 의대 정원에 대해 언급한 것은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발언한 내용"이라며 "이례적일 정도로 함구하고 있어 의대 증원이 복지부가 아닌 대통령실 행사로 기획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함구령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반응은 심각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면 지난 2020년 있었던 의사총파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찬반 여부를 떠나, 사회적 소통이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정치적 논리로 강행되는 의대 증원을 납득할 의사가 어디있느냐"며 "이는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2020년 있었던 총파업 수준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예견된 사태였다는 반응도 나온다. 의대 증원은 대통령실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던 정책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있었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직위해제 역시 이와 연관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6월 임인택 전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승진 10개월 만에 돌연 직위 해제와 함께 대기발령을 받고, 두 달 뒤인 8월 명예퇴직했다. 당시 간호법으로 인한 논란을 막지 못한 게 직위해제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진짜 이유는 의대 증원이라는 것.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당시 직위해제가 간호법에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한 질책성 인사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의대 증원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대정원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 역시 "간호법에 대통령 거부권이 사용된 것이 의대 증원을 위한 포석이었다고 본다. 당시에도 의료계가 비싼 값을 치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당연히 의사 파업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정부도 당연히 이를 고려했고 파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력 투쟁 예고하는 의사단체들 "의료현안협의체 패싱 말라"
의사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 없이 의대 정원만 확대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9.4 의정합의를 위배하고 무책임하게 의과대학 정원 확대만 밀어 붙인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 역시 "저출산, 빠른 인구 감소로 해마다 인구대비 의사비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면 이들이 배출되는 10년 후 대한민국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상상만 해도 두렵다. 이번 발표가 사실이라면 의사들이 총파업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는 물론 일정도 협의된 바 없다고 맞섰다. 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구성될 당시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패싱하지 않겠다고 확답을 한 바 있는데, 그 신뢰가 깨진다면 후일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이렇게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협의도 합리적인 접근도 아니다. 보정심에서 이제 막 관련 연구를 시작했는데 파악하기론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과를 신설하거나 증원할 때 예산을 먼저 추산하는데 이에 대한 계획도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만 가지고 교육하는 의대가 태반인데 이들을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얘기도 없다"며 "단편적인 오더만 있는 의대 증원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작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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