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준비를 이유로 이공계 학생들의 자퇴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의과대학 증원까지 강행할 경우 이공계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대증원 추진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이공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자연계열 학과 자퇴현황을 파악해 발표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중도탈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연계열은 12만2933명 중 5984명(4.9%)가 중도에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문계열 재적인원 46만6991명 중 1만1856명(2.5%)이 중도탈락한 것 대비 약 2배 높은 수치다.
자퇴생만 별도로 계산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년간 인문계 자퇴율(8201명)은 1.8%였으나 자연계의 경우(5259명) 2.3%로 나타나 2.3배 더 높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인문계 중도 탈락률은 2020학년도부터 매년 2.8%→2.3%→2.5% 수준을 보인 반면, 자연계는 4.8%→5.3%→4.5%로 인문계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퇴율도 인문계가 2020학년도부터 매년 2.0%→1.5%→1.8% 수준을 보였으나 자연계는 4.2%→4.7%→3.9%로 2021학년도의 경우 3배나 높은 수준을 기록해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이 많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위 SKY라로 칭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인문계 자퇴율은 1%미만에 그쳤지만 자연계 자퇴율은 4~5.2%로 최대 5.7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SKY대학을 제외한 12개교(건국대·경희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숭실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로 한정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3년간 이들 대학의 자퇴율은 인문계가 1.7~2.4% 수준이었으나 자연계는 3.7~4.4%로 2배 가량 높았다.
SKY 자연계 학생들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며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반수를 택하거나, 자퇴 후 재수 등 N수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전언. 이들은 중상위권인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연쇄적으로 SKY 자연계나 보건의료계열에 진학하기 위한 흐름이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는 게 강 의원의 우려다.
강득구 의원은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열 인재들이 오로지 의대로만 향하는 현상"이라며 "사회적으로도 미래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고 과학기술 인재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안정성만 추구되고 혁신으로부터 멀어지는 대한민국 사회는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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