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제가끔 밤을 지새우며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경기를 시청합니다. 토트넘에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탓에 얼마 전부터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상대팀 수비수들을 휘젓고 있는데, 자연스레 공격포인트를 쌓을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5만여 관중이 들어차는 스타디움에서 결승골을 넣고 본인의 찰칵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요. 최근 경기에선 손흥민이 1골 2도움을 기록해 맨오브더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이로써 공격포인트 14점(10골, 4어시스트)을 기록해 현재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선수들 중 3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이렇게 선명한 결과를 보여주니 프리미어리그의 레전드들이 손흥민의 리더십과 실력을 칭송하는 것이겠지요.
수습기간에 업무적격성을 평가해 계약해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칼을 휘두르려는 원장님들이 많아 이렇게 구구절절 축구 얘기를 했습니다. 간호사 · 방사선사 · 치위생사 등 특정 자격을 요하는 병원 근로자들의 직무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려면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직무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예컨대, 간호사는 환자 팔뚝의 혈관을 찾아 주사를 아프지 않게 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동료와도 협업이 잘 이뤄져야 하며, 갑작스런 응급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해야 합니다. 이러한 간호사 직무에 대한 성과를 '공격포인트'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동차나 보험을 판매한다면, 매달 판매실적을 막대그래프를 동원해 표현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매번 고객에게 주사가 아프지 않았는지 여부를 물어본 뒤 성공 횟수를 셀 수는 없습니다.
'공격포인트'로 평가할 수 없는 직무라면, 또는 정량적 평가가 대체로 불가능하고 정성적 평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직무라면, 가능하면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평가지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습근로자를 평가하기 위해 원장님들 손에 들린 업무적격성 평가표에는 대개 업무 수행 능력 · 근무태도 · 조직 사회성 · 발전 가능성 등 불분명한 개념의 평가항목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를 토대로 우수 · 보통 · 미달이라는 모호한 평가결과까지 도출해야 합니다. 평가항목 및 평가결과에 대한 개념정의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탓에 원장님들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수습근로자를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장님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자의적인 평가가 최소화되도록 평가항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세분화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병원 근로자들의 직무에 대한 성과 평가에서 평가항목을 얼마나 엄밀하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인사평가를 바라보는 원내구성원들의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대법원은 수습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의 해지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려면 수습기간 중의 근무태도 · 능력 등을 관찰하여 업무적격성을 판단했다는 근거가 존재해야 하고, 근로계약 해지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하며,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설정한 평가항목이 불합리하고, 그 채용기준 점수가 너무 높으며, 근무평가 결과만으로 업무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했는지 알 수 없다면, 근무평가 결과가 존재하더라도 이에 의한 정식채용 거부는 부당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업무적격성 평가표를 통해 수습근로자와의 근로계약 해지 여부를 정확하게 결정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항목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글을 읽고 수습근로자에 대한 업무적격성 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근로자로부터 동의를 구한 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길 당부 드립니다. 그 기간에 수습근로자와 손발이 안 맞거나 수습근로자의 업무처리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면, 업무적격성 평가를 할 필요 없이 계약기간 종료일에 맞춰 계약해지가 가능합니다. 근로자도 계약해지를 목적으로 한 사용자의 자의적인 업무적격성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더 이상 평가 결과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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