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 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관련 치료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한의계는 최선의 치료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의약 난임 치료 시술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했다. 이 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결된 지 하루만이다.
이에 따라 모자보건법 제11조 제2항 제1호 난임 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에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한방 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 난임 치료 비용의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보조생식술, 한방 난임 치료 등 난임 치료에 관한 의학적·한의학적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개정 이유를 보면 "현재 임산부ㆍ영유아·미숙아 등의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나, 지원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로 돼 있으므로 국가 차원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원의 주체로 국가를 추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오히려 난임을 조장하는 한방 난임 치료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법을 통과시켰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무료로 지원되는 한방 난임 사업에 참여하느라 시간을 할애한다면, 정작 임신이 가능한 골든타임을 놓쳐 보조생식술조차 시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연구소 차원에서 지난 2017~2019년 진행된 한방난임치료지원사업을 분석한 결과, 임신 성공률이 자연임신율보다 낮으며 산부인과 보조생식술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것.
이와 관련 바른의료연구소는 "21세기 최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과학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권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는 법을 만들었다"며 "황당함을 넘어 대한민국을 국제적인 조롱거리고 만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과 대한민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한방은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한방 행위를 환자 치료에 이용하면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하고 있다"며 "진정 한방 난임 치료가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라면 모든 국가가 앞다퉈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국내외 문헌 중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한방 난임 시술의 효과를 명백하게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고 비판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해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 사업을 수행한다면 사업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 사업 수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의계는 이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최상의 난임 치료 제공에 최선을 다한다고 전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국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확실한 의료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산부의 건강을 돌보며 비용 대비 높은 임신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방 난임 치료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의협은 "대한민국 난임 부부들이 정부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 없이 한의약 난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모자보건법 개정을 계기로 관련 사업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최상의 한의약 난임 치료 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국회 본회의에선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자가 처방을 제한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함께 통과했다. 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5건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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