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정책이 끝났다는 것은 정부의 착각이다. 이번 주 대법원 첫 판단을 시작으로 고등법원 가처분 소송 결과가 줄줄이 나올 계획이다. 보안소송은 오는 8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의대증원과 관련된 의료계 법적 분쟁을 대리한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에 재항고 이유서를 제출하며 "이번 주에 부산의대 재학생 5명이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주 중 처음으로 의대증원 관련 재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법원 결정 이후에는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11개 사건도 연달아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그는 "의대증원 정책이 끝났다는 정부의 주장은 언론플레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한 법정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고등법원 11개 사건 대법원 항고 예상…"새로운 시작"
의료계는 의대증원 정책과 관련해 총 62건의 소송을 진행했다.
▲대법원 1건 ▲서울행정법원 16건 ▲서울고등법원 8건 ▲서울중앙지방법원 16건 ▲서울고등법원 8건 ▲서울남부지방법원 10건 ▲공수처 고소고발 3건 등이다.
지난 4월 2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중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의대증원 처분이 의대 교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집행정지 신청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역시 '원고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같은 이유로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줄줄이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연이은 각하 판결에 의료계가 절망에 빠졌을 때 서울고등법원이 한 줄기 희망을 제시했다. 의대생의 원고적격성을 인정하며 이전 재판부와 달리 의대증원 정책의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것.
이들은 정부에 의대증원 근거가 되는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기반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부산의대 재학생 5명을 제외한 연세대학교 대학병원 전공의와 서울의대 교수 4명, 의대 준비생 6명 등은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신청을 각하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 의과대학을 증원할 경우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 처분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이병철 변호사는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를 접수했다. 의료계는 대한교육협회의 발표 예정일인 5월 30일 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대법원은 판결은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이병철 변호사는 "아마 이번 주에 부산의대생 5명이 제기한 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충북의대를 포함한 나머지 32개 의과대학이 제기한 신청 역시 고등법원이 결정할 것"이라며 "의료계가 승소하면 정부가 즉각 항고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법원으로 가게 되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대란이 끝나려면 전공의가 최소 절반 이상 복귀해야 한다"며 "특히 내외산소와 같은 필수의료 전공의가 복귀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끝났다고 얘기하고 있어 이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본안소송은 8~9월 시작 예정…2000명 최초 제시자 밝혀질 것"
의대증원과 관련된 본안소송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으로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이 모두 종료된 후인 8~9월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병철 변호사는 "7월에는 법원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빠르면 8월에서 늦으면 9월이 돼야 본안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본안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의대 증원 2000명을 누가 최초로 제안하고 결정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대증원 2000명 근거로 ▲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2020년)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인구변화의 노동·교육·의료부문 파급효과 전망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2023년)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년)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최초로 2000명 증원을 언급한 회의록 공개를 수차례 주장해 왔다.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의대증원 근거로 제출한 보고서 목록에도 2000명이 최초로 언급된 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의료계는 정부가 어떠한 근거로 2000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결정했고,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선전포고하듯 기습적으로 발표했는지 등에 대한 자료 공개를 요구해 왔다"며 "정부는 수많은 회의록을 공개했지만 200명 증원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병철 변호사는 "의대증원 정책 발표 초기부터 의료계와 대중은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근거를 궁금해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디서 최초로 이 숫자가 언급되고 누가 결정했는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증원 본안소송을 통해 2000명이 어디서 떨어졌는지 그 배경이 밝혀질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결정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가 이를 제시했는지 등을 세세히 밝혀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 '전공의·의대생·교수' 수천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예고
의료계는 이번 의대증원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수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역시 준비 중이다.
정부가 수련병원에 내려진 전공의 사직 수리 금지 명령 철회 및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부과될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중단을 발표하자, 정부를 향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해 효력을 상실시켰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이유인 '업무개시명령 위반'이라는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됐다"며 "의료계는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해배상 소송은 전공의뿐 아니라 의대생과 대학교수 등이 모두 함께 원고가 돼 진행할 예정으로 당장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 이병철 변호사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철회를 발표했지만 아직 의대생 휴학신청과 관련해서는 이를 승인할지 유급 처리할지 발표하지 않았다"며 "유급 처리되면 의대생 또한 한 학기 등록금을 손해 보기 때문에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의 집단 휴진 역시 본격화될 움직임이 보이며, 이들 또한 정부를 향한 손해배상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각 대학병원으로 교수들의 집단 휴진 움직임이 확산될 움직임이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 때처럼 이들을 향해 각종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의대교수 역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원고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와 의대교수, 의대생 모두 한 번에 진행해야 소송금액이 수천억원 규모로 커지고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모두 함께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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