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면서 정치적 힘겨루기 양상이 실제 증원의 실익을 따지기 위한 학술적 검증으로 분위기가 변모하고 있다.
앞서 대한의학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검증을 위한 '과학성 검증 위원회'를 구성하고 해외 의료인력 정책 검토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오는 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의대 증원 문제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
특히 전공의 집단 사직을 시발점으로 전공의 수련의 질과 환경 개선을 위한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한 수련 제도 개선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의학회는 14일로 예정된 학술대회를 통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했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의료인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만큼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배경에는 오랜 기간 누적된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의료인의 불신이 그 저변에 존재하고 있다"며 "의료계 내에서도 각 직역 별로 처한 위치에 따라 합의되고 통일된 의견을 만들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가 직역 이기주의 및 정치적 힘겨루기로 비춰지며 본질이 도외시된 까닭에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치에서 의대 증원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 해법과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 무조건적인 반대만으로는 국민 설득을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의학회는 ▲초저출산, AI기술,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본 의대증원 ▲전공의 수련의 질과 환경 개선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학생 규모와 의과대학 교육 역량 ▲의대정원과 교육을 중심으로 한 미래의료 준비 방향 ▲바람직한 의료 정책까지 망라했다.
기조강연으로 예정된 초저출산, AI기술,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본 의대증원 세션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성원용 명예교수가 나서 초고령 사회를 맞는 한국에서 초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정부가 생각하고 추진하는 의사 숫자를 증가의 실체를 검증한다.
의대가 아닌 전기공학부 전공인 성 교수는 의사 숫자를 늘리면서 초고령 사회를 준비하는 것 보다는 의료 생산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 AI와 IT기기를 통한 의료의 생산성 혁신, 건강한 삶을 위한 예방적 치료와 같은 효율화를 해법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학생 규모의 증가가 의대 교육 부실을 불러올지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이 맡은 '학생규모와 의과대학 교육역량의 함수' 세션은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과 의과대학별 현황을 알아 보고 어떻게 해야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유지,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외에 수련프로그램의 질과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자와 운영, 관리 주체, 지원 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춰 충분한 일차진료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진로 탐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턴수련제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세션, 전공의 수련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수련비용 국가지원 제도 도입의 근거 및 국가지원 비용 추계 세션도 진행된다.
응급실 뺑뺑이로 요약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차원의 해법도 제시된다.
'한국 보건의료의 단중장기 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보건의료 정책 방향이 지속 가능성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지속성을 위한 혁신 과제 및 중장기 보건의료 발전 계획을 다룬다.
이어 '의사인력 거버넌스의 필요성' 세션은 일방적인 정부 정책 추진과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거버넌스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권한을 분배, 공유, 협력, 조정, 관리를 통해 문제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의료대란뿐 아니라 향후 발생한 의-정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인력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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