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의학계의 영원한 난제로 꼽히고 있는 치매가 인공지능을 통해 답을 찾아가고 있다.
96%의 정확도로 10개 유형의 치매를 즉시 진단하는 기술에 이어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나오면서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치매 진단 및 예측에 대한 머신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검증을 마치면서 속속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시각으로 14일 국제학술지 임상의학(EClinicalMedicine)을 통해 공개된 알츠하이머 예측 모델이 대표적인 경우다(10.1016/j.eclinm.2024.102725).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는 5500만명에 달하며 향후 50년 안에 그 수는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치매의 주요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종별로 전체 사례의 60~80%를 차지한다. 표준 요법으로 정립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조기 발견을 통한 관리가 최적의 치료법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
캠브리지대학 조이 쿠르치(Zoe Kourtzi)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에 대한 예측 모델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PET 등 고가의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비용과 대기 시간 등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접근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미국 치매 코호트를 통해 600명의 치매 환자 데이터를 머신 러닝 시키는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영국과 싱가폴 환자 900명을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인공지능은 매우 경미한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가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지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의료 데이터를 넣는 것만으로 환자가 현재 상태에서 안정을 유지할지 아니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할지 81.66%의 정확도로 예측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감도는 82.38%를 기록했으며 특이도는 80.94%로 집계됐다.
특히 이 인공지능은 현재 표준적으로 활용되는 회색질 위축이나 인지 점수 등 임상 마커에 비해 3배나 더 정확하게 이러한 악화를 예측했다.
또한 기억상실과 같은 증상이 있지만 치매가 아닌 불안이나 우울증 등으로 파생된 환자들을 90% 이상 걸러내는데 성공했다.
조이 쿠르치 교수는 "약간의 기억 상실이나 인지 장애가 있는 환자가 정말로 알츠하이머로 발전할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조기 진단과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현재 전 세계 의사들이 활용하는 방법보다 무려 3배나 더 정확한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예측 모델과 함께 진단 기술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를 통한 머신러닝을 통해서다.
실제로 지난 9일 네이쳐(Nature)지에는 10가지 치매 유형을 매루 높은 정확도로 진단하는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검증 연구가 게재됐다(10.1038/s41591-024-03118-z).
이 모델은 전 세계 치매 환자 5만 1269명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으로 데이터에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더불어 개인과 가족의 병력, 약물 사용, 신경학적 검사, 뇌 영상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이 인공지능은 혈관성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형 치매 등 10가지 치매 유형을 무려 96%의 정확도로 진단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러한 진단에는 침습적인 행위나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보스톤 의과대학 비자야 콜라찰라마(Vijaya B. Kolachalama) 교수는 "치매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진단하기 위한 의료기기와 전문의수는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늘 조기 진단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러한 가운데 96%의 정확도로 치매를 진단하는 인공지능이 나왔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과 관리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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