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부과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서로를 고발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심의 광고, 대가성 후기 광고, 비의료인의 의료광고 등 여러 해묵은 논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자자체에서는 민간심의기구의 자율심의기준을 근거로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은 내용들을 규제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법률이 정하는 것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심의기구의 자율심의기준은 법규적 효력이 없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제재적 처분을 내리는 것은 명백하게 위법한 처분으로 보이는데, 아직도 지방의 일부 지자체는 자율심의기준을 법규처럼 중시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여러 쟁점들이 논의되는 가운데, 간호조무사 등 비의료인의 미용 시술 참여 범위와 치과에서 치위생사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등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된 이슈들이 다양한 사건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 초음파 리프팅 논란
현재 논란의 대상이 된, 물방울리프팅으로 널리 알려진 초음파자극기는 2등급 의료기기다. 2등급은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에 부여되는 등급으로서(의료기기법 시행규칙 [별표1]), 흔히 가정용 의료기기도 2등급으로 분류되곤 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문제의 초음파자극기의 사용목적은 “초음파 에너지를 인체에 가하여 통증의 완화에 사용하는 기구” 라고 되어 있는데, 위해등급이 낮은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꼭 의사가 다루지 않아도 되는 기기” 라고 해석하고 비의료인이 핸드피스를 잡고 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험도가 낮은 시술을 꼭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 라고 보긴 어려워 보이므로, 이 해석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진료”의 관점에서 본다면, 간호조무사 또는 심지어 아무런 의료행위 관련 자격이 없는 피부관리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환자에게 리프팅 시술을 하고 “비급여진료비”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애초에 아무나 2등급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런 기기를 사용하는 시술을 “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또 그렇다면 이를 통해 비급여진료비를 수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사들은 얼마 전부터 저렴한 2등급 의료기기 또는 미용기기를 구매하여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처럼 낮은 등급의 기기를 활용하여 아무나 비급여 시술을 할 수 있다면, 의사들만 미용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와도 모순되는바, 미용시장을 다른 자격사에게 개방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문제의 초음파기기는, 위해등급이 낮은 의료기기이므로 비의료인이 시술을 하는 것이 괜찮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료 서비스”가 아닌 비급여 진료의 영역에서 비의료인이 시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이 직원에게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한 경우,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6호 및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2. 개별기준 가. 37)호)에 따라 자격정지 15일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논란이 일자, 많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리프팅 시술을 하는 방향으로 프로세스를 변경하였다.
# 치기공사와 치과위생사의 역할
피부미용 분야는 아니지만, 그 못지 않게 치과 영역에서도 빈번하게 무면허 의료행위 진정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의사, 치과위생사, 그리고 치기공사의 역할 구분이 현장에서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치과위생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료기사이며,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조 제1항 별표1에서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가)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 관리 등에 관한 다음의 구분에 따른 업무(교정용 호선(弧線)의 장착ᆞ제거, 불소바르기, 보건기관 또는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의 장착, 부착물의 제거, 치석 등 침착물(沈着物)의 제거, 치아 본뜨기) 나) 그 밖에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 관리 등에 관한 업무” 로 규정하고 있다.
법령에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에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을 포함시키고 있어 CT 촬영도 가능한 것으로 착오하고, 치과위생사가 CT 촬영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이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구외 방사선 촬영)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 중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업무를 할 수 있다 ”라는 규정에 의거하여 치과위생사는 구강내 촬영에 한정하는 한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다만, 두부규격방사선영상촬영을 포함한 구외 촬영 및 컴퓨터단층촬영(CT)은 동 법률상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로 규정되어있지 않으며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로 허용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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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질의응답 참조
한편, 치기공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제2조에 따라, 치과의사의 진료에 필요한 작업모형, 보철물(심미보철물과 악안면보철물을 포함한다), 임플란트 맞춤 지대주 · 상부구조, 충전물, 교정장치 등 치과기공물의 제작 · 수리 또는 가공 기타 치과기공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있다.
치과에서 발생하는 무면허의료행위 문제는 주로 치기공사의 업무범위를 치위생사가 수행하면서 발생하곤 하는데, 치과위생사가 치석제거 및 치아 본뜨기, 구강 내 부착까지는 할 수 있어도, 임시치아 제작은 치기공사가 해야 하며, 치아 보철물의 조정과 시적은 의사가 직접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인상채 제거는 치위생사가 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인상 채득 후 인상채 제거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1에 따른 치과의사의 지도 · 감독하 치과위생사가 수행가능한 '치아 본뜨기' 를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사료되며, 구강내 이물질 등 제거 또한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인 '침착물 제거'에 준하는 행위로 판단됩니다. |
보건복지부 질의응답 참고
또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과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제80조의2 제2항에 따라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 업무(환자안내, 장비 및 재료준비, suction assist, 수술· 시술 보조 등의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보조업무를 넘어서 직접적인 보철물 조정행위 또는 스케이링 등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 기타
병원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종국적으로 개설자 원장의 책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인과 보조 인력 간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병원 현장에서 모든 업무를 의사가 직접 수행하거나, 일일이 지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하여, “의료법은 의사의 지시 감독의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대법원은 의사의 지도 · 감독의 방법에 대하여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 · 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2001도3667). 따라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의사의 지시 · 감독의 방법이나 범위는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진료의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답변함으로써, 일정 부분 현장 인력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따라서, 병원 현장에서의 역할 분담은 의사의 전적인 책임 하에 이루어지되,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인과 보조 인력 간의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지며,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질도 함께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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