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이하 SMA)은 진행성 근위축 및 마비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희귀 유전질환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치료제가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임상 현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도입된 치료제의 임상적 효과 및 활용 보다 '가격' 이슈가 부각되면서 진단 기준 등에 대한 합의 부족으로 제대로 치료제를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환자 발굴 자체가 지연되면서 정작 치료제가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 벌어지며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된 글로벌 제약사들의 SMA 치료제는 총 3가지다.
초고가 치료제로 이름이 알려진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노바티스)를 비롯해 스핀라자(누시네르센, 바이오젠), 에브리스디(리스디플람, 로슈) 등이 꼽힌다.
이들 치료제는 초고가 치료제로 분류되면서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전 심의를 거쳐 승인 후 투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임상현장에서는 치료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가장 중증의 유형이면서 전체 환자의 50%에 해당하는 SMA 타입 1이다. 보통 생후 6개월 전에 해당 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통 신생아 부모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통해 해당 질환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질환을 확인하는 시점부터가 늦어지면서 제때 치료제를 투여받기 힘들다는 것이 임상현장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른바 '진단방랑' 때문에 환자가 치료의 최대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시점을 넘어 치료제 투여가 이뤄지는 환경이 국내 임상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하늘 교수(소아신경과)는 "기본적으로 SMA 중에서도 타입 1은 빠르게 진단해서 치료제를 투여하는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시간의 싸움"이라며 "하지만 현재 임상현장에서는 보통 생후 3~6개월 사이에 질환을 확인한 부모가 클리닉을 방문, 종합병원을 방문하는 시스템으로 병원 상황에 따라 3개월 정도 지연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질환 진단 이후 제약사에 치료제를 요청해야 하는 동시에 심평원에 이를 사전 신청해야 때문에 추가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치료제는 도입해놓고 정작 쓸 수 없는 환경이 벌이진 셈이다. 임상현장에서 '전기 차는 지원해주고 운전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라는 아쉬움 섞인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노바티스에 따르면, 2022년 국내서 급여로 적용된 졸겐스마를 투여 받은 국내 환자는 총 20명이다. 여기에 급여 이전 제약사의 환자 프로그램을 통해 투여받은 6명을 합하면 총 26명의 환자가 치료제를 투여 받았다.
이하늘 교수는 "의정사태가 벌어지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가령, 서울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은 최근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진료가 늦어지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시간싸움인 환자를 위해 이를 당기는 것이 제 일"이라며 "가장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제를 투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점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따라서 임상현장에서는 영유아 선별검사를 통해 SMA 환자를 선제적으로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용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모의 출산 직후 적극적인 신생아 선별검사를 진행을 위해 이를 급여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신생아스크리닝학회 총무이사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정호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생아 선별검사는 SMA 긴 진단 과정을 끝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며 "선별검사 급여 적용 시 전체적으로 치료제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도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다른 선진국들도 이를 도입해서 시행 중으로 약 1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면 선별검사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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