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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으로 다시뭉친 의대협…달라진 2025년 투쟁 노선

발행날짜: 2024-11-16 05:30:00 업데이트: 2024-11-17 22:28:15

의대협 투쟁 어땠고 왜 동력 잃었나…기능 회복 기대 목소리
2025년학도 의정갈등 상황 속 재결성된 의대협 과제는

의대생들은 2025학년도에도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젊은의사들의 투쟁노선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의료계는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이후 와해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4년만에 임시총회를 열고 대정부투쟁 노선을 이어가기로 의기투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의대협은 2020년 집단행동 당시 마지막까지 투쟁 전선에 남아있었을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 세대 갈등에 더해 의대생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면서 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왔다. 그렇다면 당시 의대협 투쟁은 어땠고 어떤 이유에서 동력을 잃었을까.

15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확대전체학생대표자총회를 열었다.

■의대협 투쟁 타임라인…동력 왜 잃었나

사태의 발단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추진이다. 이에 의대협은 2020년 8월 대의원 긴급 의견 결과를 발표하고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수업 및 실습 거부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의대협은 같은 달 7일 전회원 단체 행동에 돌입해 ▲서울 ▲제주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전북 등 거점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집회에 참여했다.

이어 8월 14일 '제1차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가 열리면서 전국 4개 지역에서 의대생들이 재집결했다. 이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앞둔 의대생의 90% 이상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시험접수 취소서류를 국시원에 제출하면서, 국시가 1주일 연기됐다. 또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전국 의대생 90%의 동의로 동맹휴학이 추진됐다.

이에 더해 의대협은 9월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전임의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젊은 의사 중심 단일대응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당정 간의 의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내홍이 시작됐다. 의대 증원 등의 정책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로 미루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인데,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는 게 당시 대전협 주장이었다.

의대협은 이후에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는데, 9월 6일 전국 40개 의대 응시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의사국가시험 거부 유지의 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재연기된 의사 국시를 다시 거부한 것.

의정 합의가 젊은 의사를 패싱한 채 이뤄졌으며, 합의문 안에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9.4 의정 합의에 의대협 홀로 남아 투쟁

그러나 당장 국시를 앞둔 의대 본과 4학년들이 단체 행동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고를 거부한 의대생에 대한 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에 서울대학교 의대생의 70%가 휴학 계속 및 국가시험 거부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집단행동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의대생이 늘어났다.

메디칼타임즈는 2020년 집단행동 주역이었던 의대협이 어떤 투쟁을 했고 어떻게 동력을 잃었는지 알아봤다.

실제 9월 11일 전체 학생 대표자 총회에서 동맹휴학 안건이 부결됐지만, 초기 90% 수준이었던 의대생 찬성률이 40표 중 24표로 떨어졌다.

결국 의대협은 9월 14일 모든 단체 행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힘과 동시에, 당정의 의정 협의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를 발족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의대생들만 마지막까지 남아 투쟁한 것도 갈등의 씨앗이 됐다. 의정 합의 이후 개원의와 의대 교수의 집단행동이 중단됐으며, 9월 7일 전임의 대부분이 복귀했다. 대전협의 경우 같은 날 집행부가 같은 날 총사퇴했으며, 이후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가 집단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홀로 1주일간의 투쟁을 이어 나가면서 의대협은 여론의 집중포화까지 맞았는데, 9월 11일 선배 의사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시 본과 4학년이었던 한 의사는 "당시 마지막까지 국시를 거부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는 본인과 주변 동기, 후배들 모두 순진하고 어렸던 것 같다. 단체 투쟁이 뭔지도 몰랐다"며 "그때 학생들이 조금의 피해라도 보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던 교수님들, 학생이 못 돌아가면 돌아가지 않겠다던 전공의 선배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 특히 본과 4학년들이 느꼈던 배신감과 실망감이 정말 컸다. 동력이 한번 상실되면 투쟁의 모든 불은 꺼진다는 것도 배웠다"며 "또 결국 의사도 교수님도 지극히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는 개인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웠다. 환자들에게 국민에게 선배 의사들에게 모두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투쟁 이후엔 국시 구제 문제 "의대생만 독박"

이런 상황에서 의사 국시 구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계 분열이 세대 간 갈등으로 확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대협이 단체행동을 중단한 이후에도 의사 국시 응시 여부엔 내부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10일 뒤인 9월 24일 의대 본과 4학년 대표들이 국시 응시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미 국시가 2차례 연기됐던 탓이 이들을 구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관련 국민청원도 60만 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의대협은 9.4 의정 합의 이후에도 투쟁을 이어 나갔지만, 국시 구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부 갈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0년 12월 31일 의사 국시를 취소했던 본과 4학년 의대생 2700여 명에게 재응시를 허락했다. 하지만 해당 시험에서 불합격하면 재수가 아닌 삼수를 해야 하는 데다, 2000명으로 제한된 인턴 정원에 2700여 명이 몰리는 몰릴 수밖에 없어 피해가 불가피했다.

반면 다른 의사 직역이 입은 타격은 경미했다는 게 당시 의대생이 느낀 박탈감이었다. 몇몇 전공의에 대한 고발이 이뤄지긴 했지만 모두 취하됐고, 개원의의 경우 애초 휴진 동참률이 10%대에 불과했다. 의대 교수들도 실제 파업하진 않았다.

더욱이 국시 구제 논란이 3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의대생 내부 균열도 생겼다. 의대협 집행부가 국시 문제 해결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 행동 중단을 임의로 결정하고, 이를 일선 의대생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집행부 탄핵 등 의대생도 내홍 "모두가 피해자"

9월 14일 전체 학생대표자총회에서 '동맹휴학을 포함한 단체행동 유보'가 결정됐음에도, 전체 회원 의논 없이 '단체 행동 중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것. 본과 4학년 국시 응시 거부자 대표단의 결정인 '국시 거부 유보'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10월 6일 의대생으로 구성된 탄핵안 발의·총회 소집요구자 공동대표단은 의대협 대의원회에 '학생 총회'를 열어 의대협 회장단 탄핵안을 상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탄핵 자체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이후 새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후보가 없어 결국 의대협은 긴 비대위 체제를 겪게 됐다.

이와 관련 사직 전공의 A씨는 "당시 정확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 많이 옅어졌다. 의협 최대집 전 회장의 단독행동 이후 큰 혼란이 있었고 대전협과 의대협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는 것만 기억한다"며 "개인적으로 결국 의대협도 대전협도 당시 피해자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원들의 분노가 이 임원진들에게 향했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 4년 만에 다시 세운 의대협…앞으로 과제는

이에 당시 내홍을 겪었던 의대생, 현재의 사직 전공의들 사이에서 의대협 회복에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정 갈등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의대생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의대협이 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사직 전공의 A씨는"개인적으로 환영한다. 2020년 의대협 붕괴 이후 의대생을 대상으로 제공되던 많은 기회가 사라졌고, 의대생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며 "2020년에 의대협 임원진들이 얼마나 큰 위협과 비난을 받는지 본 이후로는 다들 회장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은 리더십이 필요할 때인데 비대위만으로는 한계가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금은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그 안에서도 학년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요건들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피해를 보거나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려면 의대협과 대전협이 기능을 건강히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 비대위에 젊은 의사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향한 우려와 기대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전공의와 임 전 회장 지지층 간에 갈등이 격화하는 것으로 보여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비대위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다. 겨우 2개월만 유지되는 비대위이고, 힘을 실어줄 사람들은 다들 차기 회장과 집행부를 점치며 줄을 설 것이기 때문"이라며 "비대위에 그만한 권한이 실릴지 모르겠고, 임현택 집행부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비대위가 괜한 액션을 취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의협 비대위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고려하고 발을 맞추며, 최소한 서로 반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또 이번 탄핵으로 임현택 전 회장을 지지하는 선배 의사들과 전공의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느낌이 있다. 이런 갈등이 세대 간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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