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 등에서 의정갈등을 둘러싼 각종 움직임이 나타나며,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에 빠진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의료계, 정부와 한 테이블에 모여 협의할 수 있는 여야의정협의체를 오는 11일 출범할 예정이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7일 의료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의료계에서는 15일 전국 40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대규모 총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향후 휴학 상황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공의 복귀…2026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부터 시작"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오는 11일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차질 사태를 논의할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한다고 밝히며 1년 가까이 중단됐던 의료계와 대화가 재개될 전망이다.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여·의·정 협의체' 형태로 우선 출범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에서는 예고했던 대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 2일 의료계 요청으로 협의체 출범을 위해 만찬 회동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의정갈등의 당사자인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증원 원점재논의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관계자는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이 현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출범을 미루기는 어렵다"며 "야당도 참여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려워 먼저 출발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다른 야당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협의체 참여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실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는 부분이 가장 아쉽다"며 "현재 의사협회 임현택 회장과 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 등 모두 대표성으로 내부 논란이 나오는 상황인데 특히 전공의협의회는 불참 의지가 견고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회원에게 금전요구 및 막말논란 등으로 현재 탄핵의 기로에 서 있다. 임 회장의 불신임 안건과 비대위 구성 등을 논의할 임시대의원총회는 오는 10일 열린다.
박단 비대위원장 또한 대한전공의협회장으로서의 임기는 지난 8월 끝났으며, 현재 사직해 전공의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표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출범 후 전공의 복귀와 관련된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한동훈 대표 관계자는 "현재 의정갈등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공의 복귀"라며 "현실적으로 2025학년도 증원 문제는 당장 다음 주가 수능인 사정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하지만 2026학년도는 원점에서 논의가 가능하고 정부도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료개혁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밝힐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지난 4월 총선 전 담화문 발표 후 6개월 만으로, 윤 대통령은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답변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집권 하반기 정책 및 의료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얘기할 전망으로,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하자 황급히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대통령 담화문 발표 후 의정갈등이 더욱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전공의들이 모두 떠나고 의정갈등이 고조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다면 지난 27년 동안 어째서 어떤 정부도 증원에 실패했느냐' 등의 발언으로 의료계의 분노를 샀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4월은 의정갈등 초기로 급격히 빠져나간 전공의들로 의료계 여파가 엄청났던 시기"라며 "당시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해서 의료계는 정부의 독단적 태도에 변화를 기대했지만 확신사살에 다르지 않았다. 그 이후 오히려 정부를 더욱 등지게 된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국민담화문에서도 의료계와 국민에 대한 사과 없이 지난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이라며 "의료계 최우선 요구안인 2025학년도 의대증원 재논의 없이 시간 끌기로 대처하는 모습을 버리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의대생, 단체휴학 후 첫 대규모집회…'전향적 입장 변화' 관측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맞서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의대생 대표들이 오는 15일 대면 총회를 연다. 의정갈등이 격화된 이후 첫 대규모 총회로 내년 복귀 여부 등 주요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는 전국 40개 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 개별 학생회 대표와 각 학년 대표 1명씩 7명이 각각 참여할 예정으로 규모가 280명에 이른다.
지난달 19일 열린 의대협 총회에서 2025학년도 협회 방향성 논의를 위해 임시의결기구인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 설치·시행을 결정했으며, 안건은 5일 공고 예정이다.
지난 2월 이후 공식적 모임이나 입장 표명 등을 최대한 자제해 온 의대생들이 대규모 총회를 개최하며, 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교육부가 최근 의대생 요구 중 하나인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발표하고,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의정협의체에 참여하게 된 점 등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교수 A씨는 "여야의정협의체가 잘 출범해 의료계에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전공의는 물론 야당까지 합류를 거부해 출범 자체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며 "협의체에 참여한 KAMC 등 의료계가 정부를 얼마나 잘 설득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결국 학생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내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슬프게도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1~2년 정도의 휴학은 그리 기이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향후 40~50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당면한 2년이 그렇게 엄청난 타격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의대생들이 오는 15일 대규모 총회를 개최하는만큼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서울의 의과대학 교수 B씨는 "40개 의대 대표뿐 아니라 개별 학년 대표 등까지 대규모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현재 각 학교별 상황과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대생 중에서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내년 복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분명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의대생은 전공의와 달리 아직 의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단체활동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의 의대생이 대다수인 만큼 모든 의대생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한 의과대학장 또한 "의대협 총회 이후 향후 의대생들의 향후 행동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며 "다만, 남학생들 중에는 이미 군입대를 선택한 학생도 꽤 많다. 내년이 돼도 정상적 학사 운영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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