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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유포 사직전공의 재판 스타트…핵심 쟁점은?

발행날짜: 2024-11-25 05:30:00

명단 게시 행위 '반복성' 인정 여부 핵심…변호인 "스토킹 범죄 아냐, 무죄 주장"
검사 "정 씨, 참의사 리스트 작성 후 수차례 검색해 확인…'배신자' 낙인 인식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게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직 전공의에 대한 재판이 22일 첫 공판으로 본격 시작됐다.

검사 측은 사직 전공의 정 씨의 행위를 두고 지난해 7월 개정된 전형적인 온라인 스토킹 범죄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인 측은 '지속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스토킹 범죄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 씨의 추후재판이 내달 13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첫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사 변론을 중심으로 쟁점 사항을 짚어봤다.

■ "정 씨, 2020년 국시 응시생 명단까지 게재…피해자 11명 극심한 피해 호소"

우선, 사직 전공의 정 씨의 향후 재판은 범죄 행위의 지속성이 인정돼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모양새다.

검찰 측은 정 씨의 행위가 전형적인 온라인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처벌을 촉구했다.

실제 공소장 등에 따르면 정 씨는 2024년 6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 총 26회에 걸쳐 메디스태프 사이트 또는 텔레그램 채널에 2024년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근무 중인 전공의와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 명단을 작성 및 게시했다.

또한 지난 2020년도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한 의대생 명단까지 작성해 올렸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지난해 7월 11일 법률이 개정되면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의 형태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제2조 제1호 바목)까지 확대됐다.

우선, 사직 전공의 정 씨의 향후 재판은 범죄 행위의 지속성이 인정돼 '스토킹 처벌법'상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모양새다.

또한, 스토킹범죄에 인정되던 피해자의 의사에 반(反)해 처벌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제18조 제3항)을 폐지했다.

검사는 "기존 법령이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을 마련했으나, 여러 형태의 온라인 스토킹을 포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러한 처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개정법이 시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씨가 피해자들의 성명, 근무 중인 병원, 출신 대학 등과 같은 개인 정보를 메디스테프나 텔레그램이라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한 것은 온라인 스토킹에 정확하게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명단을 작성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전공의 근무 명단을 작성하면서 '사직 전공의 지원사업', '감사한 의사 및 의대생' 등 명칭으로 마치 피해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의사 등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는 것.

검사는 "피고인이 메디스태프를 통해 배포한 한글 파일, 비밀번호에 욕설이 기재된 부분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며 "실제 명단에 포함된 피해자 중 11명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유포돼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이 게시한 글 어디에도 정부 정책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어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 또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정부의 의대 병원 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서 왜곡된 인식을 바탕으로 의사들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악의적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전공의 근무 현황이 부정확해 사실 파악을 위해 명단 작성에 나섰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검사는 "정 씨는 정부의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여론이 있어 사실 파악을 위해 명단을 작성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당시 언론 기사 내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그 당시 한 달간 전공의 복귀 인원은 약 30명 미만이고, 기준도 전국 수련병원 211개로 동일해서 통계에 의문을 가질 여지가 낮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정 씨는 공법 명단을 게시하기 시작한 개시하기 직전인 2024년 6월 25일 기존에 최초 의료계 집단행동 초기에 게시됐던 참의사 리스트를 네이버 사이트에 검색해서 수사 경과를 확인했다"며, "이렇게 참의사 리스트가 의료계 내에서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들을 색출하기 위한 목적임을 인식하고 범행에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범행 기간 내내 감사한 의사 리스트, 블랙리스트, 텔레그램 수사의뢰 등을 검색어로 다수의 기사들을 검색해서 자신이 게시한 명단이 근무 중인 의사, 수강 중인 의대생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미복귀 의사들의 복귀를 막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사는 "피고인이 메디스태프를 통해 배포한 한글 파일, 비밀번호에 욕설이 기재된 부분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며 "실제 명단에 포함된 피해자 중 11명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유포돼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피해자 절반은 3회 이하 개인정보 유포…'지속성 결여'일까?

반면, 변호사 측은 정 씨가 온라인에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유포한 행위는 지속성을 갖추지 않아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우 나상용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평가에 대해서는 검사님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입을 열었다.

나상용 변호사는 "공소장에 의하면 기재된 피해자들이 1100명인데 그중 485명의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게시가 1회 또는 2회에 불과하며 44명은 3회 정도에 그친다"며 "이는 개인정보 유출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또는 공포심을 유발해야 하는데 1100명 중 수사기관에서는 진술을 확보한 피해자는 30명을 정도로 이 중 일부만이 불안감 공포심, 심리적 압박을 겪었다고 진술하고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 정도를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자 중 13명은 정 씨의 명단 게시 행위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이런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나 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은 개인의 의사결정 자유 및 생활 형성의 자유를 보호법으로 하고 있는 만큼 피해자별로 각각 스토킹 범죄가 성립할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중에 일부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사정을 참작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법률전문가들 또한 '지속성' 인정 여부가 정 씨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것이라 전망했다.

법무법인 명천 최종원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의 핵심은 지속성 및 반복성이기 때문에 반복성 여부가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을 가볍게 처벌한다면 향후 집단행동이나 파업 등이 있을 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유포하는 것이 관례처럼 남을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피고인을 구속할 정도로 사법부가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실형 선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 변호사 "일반적 스토킹 범죄와 달라…동료 의사에게 손해 가할 이유 없다"

이날 법원에서는 정 씨의 보석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도 함께 진행됐다.

정 씨 측은 피해자들에게 추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없으며 구치소에 수감돼 충분한 증거 검토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특히,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 기록에 열람 등사가 제한된 부분이 많아 방어권에 제한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나상용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돼야 하고,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어떤 특정 행위가 이뤄졌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하지만 증거에 제한된 부분이 많아 그 내용을 알 수 없고 공소사실에도 전체나 일부가 익명 표시돼 있어 정확한 이름 확인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사는 "증거들이 피해자들의 참여, 직업군, 피해자 등을 측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 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스토킹 처벌법 17조의 3에 따른 것"이라며 "또한 해당 증거들이 공개될 경우 또 다른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고인이 사실 제일 피고인이 직접 하는 행동으로 피고인이 명단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검사의 결정에도 피고인 변호인은 해당 증거들에 대해 명단 조사를 신청할 권한이 있고 검사가 거부할 경우 법원에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변호인단이 탄원서를 제출하고자 하는 사람이 공범 명단에 기재된 사람인지, 공범 증거 기록에 있는 피해자들이 실제 명단에 기재된 사람인지 확인을 요청했더라면 응했을 것"이라며 "변호인단이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보석을 요청하는 것은 피고인 석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공소장 죄명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지만 사실상 이 사건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토킹 범죄와는 너무나 다르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명단을 제시한 행위 외에는 어떠한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 바 없고 또 같은 동료인 의사에게 피해 피고인이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구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한 정 씨 또한 "증거 기록이 수천장에 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치소에 반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많은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보석을 허가해 주시면 성실히 재판에 참석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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