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분노한 의대교수와 전공의가 칼날 같은 추위에도 거리로 나와 "의대증원 원천무효"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특히 계엄령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조항에 대해 사과와 함께 거듭 사퇴를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3시부터 양재 AT센터 앞에서 시국선언대회를 열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분노와 의대증원 사태에 대한 우려를 거듭 제기했다.
이날 시국선언대회에는 의대교수는 물론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전의학연)에 참여 중인 학부모, 의대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민건강 위협하는 내란수괴 물러나라' '처단망발 윤석열은 전공의에 사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봉길 기념관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윤봉길 기념관 행진 일정을 잡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장소. 출마의 변을 밝혔던 초심으로 돌아와 하야하라는 의미를 담아 행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윤석열에 대해 '대통령'이라고 칭할 수 없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고려의대 박평재 비대위원장(이식혈관외과)은 "오늘부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를 다하기는 커녕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내란수괴"라고 비난했다.
전공의를 언급하며 48시간 내 미복귀시 처단하겠다는 포고령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아들 또한 불운한 24학년 의과대학생이라고 밝히며 내년도 휴학을 선택한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곽재건 교수(소아흉부외과)는 계엄령 이후 씁쓸한 현실을 털어놨다. 계엄령 발표를 확인한 아들이 아빠도 끌려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며 안위를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도 끌려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아이를 보며 기가 막혔다. 후배인 전공의들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치가 떨린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을 끌어내리면 또 다른 윤석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의사를 악마화하고 의료인들과 갈라치기해 의료개악을 진행할까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의료농단, 교육농단 윤석열을 처벌하라" "국민안전 위협하는 윤석열, 내란죄로 체포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전공의들도 거리로 나섰다. 8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료계엄 규탄 집회'에는 타 대학병원 전공의는 물론 의대생도 참석해 "의대증원 철회"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명(주최 측 추산 1000명)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우병준 공동비대위원장은 계엄령이 무력화된 이후에도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전공의'를 언급한 포고령에 분노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특정 직역을 대상으로 임의처단 의지를 드러냈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권력에 따라 처단당하는 직업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모인 젊은의사들은 '즉흥개혁, 즉흥계엄, 강력하게 규탄한다' '행정명령 처벌대상, 젊은의사 짓밟혔다' '의료인 처단말고 의료농단 책임져라'라는 피켓을 꺼내 들고 의대증원을 발표한 지난 2월 이전으로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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