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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은 변화의 기회다

발행날짜: 2024-12-16 06:14:02 업데이트: 2024-12-16 06:45:55

전 국민이 깜짝 놀랐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가 결국 탄핵안 가결로 이어지는 등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1년 가까이 정부와 의료계가 고집을 굽히지 않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의료개혁 정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전공의 처단'이라는 내용이 담긴 포교령 발표에 의정갈등의 협의가능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늦은 저녁 시간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로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짓밟히고 국가기관을 교란시켰다는 이유다.

계엄령은 4일 새벽 국회 결의로 불과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대통령은 당분간 국정운영을 내려놓게 됐다.

대통령의 입지가 불안정해지며 윤 정부가 집중추진한 '개혁안' 또한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월 발표 후 1년이 가까운 기간 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개혁'

정부는 의대증원 2000명을 시작으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발족 등 국내 의료체계를 본질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진행해 왔다.

의료개혁에 강력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이어온 의료계는 최근 들어서야 여야의정협의체에 일부 단체가 참여하는 등 논의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계엄포고령에 '전공의 처단'이라는 내용이 담기며, 의료개혁뿐 아니라 의정갈등 해결 실마리 또한 한층 더 요원해졌다.

계엄사령부는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했다.

6개의 포고령 중 특정 직업이 명시된 것은 전공의가 유일하며,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과격한 표현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 인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일제강점기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처럼, 정부 역시 정책에 따라주지 않는 전공의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처단' 내용에 대해 관여한 바 없으며 알지도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료계 분노는 쉽사리 잠들지 않는 모습이다.

여야의정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의료단체는 모두 즉각 탈퇴를 선언해 사실상 파행 수순을 밟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전의교협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들 또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젊은의사 의료계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들이 단독으로 집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 전공의 이탈로 오히려 필수의료를 위기에 빠트렸으며, 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자살골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정갈등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에도 전공의는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어 환자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은 불난 집에 기름 붓기 격인 행보를 멈추고, 의료개혁이 더 이상 환자의 불편과 희생을 담보로 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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