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5항은 충격 그 자체였다. '처단'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 최고 정책 결정자의 격노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의대정원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파행이 해결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자 당황과 분노가 표출된 것 같다.
계엄령 선포와 해제 그리고 이후 탄핵 결정까지의 과정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의대정원증원을 어떻게 결정하고 추진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빈약한 근거를 내세워 즉흥적으로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한 의대증원은 의료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그러지 않아도 지원이 적은 인턴 전공의 모집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 달 인턴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라서 수련병원의 의사 인력 지형이 완전히 변화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전공의 지원이 현저히 적다면 수련병원의 전문의 이탈이 가속화되거나 특정 지역이나 병원으로의 쏠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일부 권역의 필수 의료가 붕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25년 대학입시 과정에서 지금까지 입학이 결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하며 정책 결정과 시행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대생과 수련의에게 빼앗은 1년이라는 시간과 수많은 N수생을 양산한 결과가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들의 좌절과 국가에 대한 실망 그리고 윗세대에 대한 불신이 회복 가능할지 모르겠다.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 중단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의정갈등으로 망가진 의료체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래 보건의료정책을 다루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나 협의체로는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지속 가능성이 없다. 별도의 예산과 인력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정책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주요 보건의료정책의 중장기 전략이 수립되고 이 틀 안에서 의대정원 정책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수의료를 위한 통합적이고 균형잡힌 정책이 개발되어야 의료계가 입은 비가역적인 손상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의정갈등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 실망과 깨어진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어쩌면 가장 큰 피해이고 가장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메시지와 행동을 고민해야 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통하여 국민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전문가 집단이 얼마나 고독하게 싸워야 하고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지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다.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제하고 냉철하고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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