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2026년 하반기 개원가에서는 비만치료제 트렌드는 '빠른 체중 감량'을 넘어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를 통해 체중감량에 성공한 환자들이 비용 등 문제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만도 만성질환 "유지치료 없으면 치료가 아니다"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현장의 가장 큰 고민이 바뀌고 있다. 1막이 '어떤 약으로 얼마나 뺄 것인가'의 싸움이었다면, 2막의 핵심 화두는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다.
내과의사회 한 임원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환자들이 비용 문제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고혈압·당뇨병은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비만치료제는 여전히 단기 치료 인식이 강해 중단 후 요요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만연구의사회 이철진 회장은 "GLP-1 약물을 끊으면 체중이 돌아오는데, GLP-1 기반 비만치료제로 체중 감소 이후의 요요는 일반 요요보다 약 4배 빠르게 온다"고 강조했다.
약을 끊는 순간 급격한 체중 회복이 일어나고, 이때 지방이 먼저 축적되면서 체성분이 치료 전보다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ATTAIN-MAINTAIN 임상 3상 데이터가 이 문제를 수치로 보여줬다.
주사제 위고비 또는 마운자로로 체중을 뺀 환자를 경구제로 전환해 했을 때, 체중 변화가 평균 +2.6kg에 불과했지만 위약으로 전환한 군은 같은 기간 평균 9.1kg이 다시 늘었다. 주사제로 체중을 감량한 이후 경구제로 갈아타는 '스위칭 처방' 모델이 유지치료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이철진 회장은 "올 하반기 일선 진료실에서 강력한 체중 감량 이후 저용량 경구제로 갈아타는 이른바 스위칭 처방 모델이 개원가 비만치료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비만을 고혈압·당뇨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처방 설계 방식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얘기다.
"근손실 없는 GLP-1은 없다" 근감소 최소화 전략 필수
체중 유지와 함께 개원의들이 집중해야할 부분은 근감소. 체중 감량시 근감소가 불가피 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진들의 공통된 얘기다.
실제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투약 중 전체 체중 감량의 20~30%가 근육 감소와 연관된다는 것은 임상에서 일관된 내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제약·바이오 산업 미래 혁신전략 리포트에서 여의도성모병원 권혁상 교수는 "GLP-1 장기 투여 시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량이 함께 감소하고 영양 불균형이 생기는 부작용이 꾸준히 보고된다"며 "단순한 체중 측정을 넘어 근육량 변화와 필수 영양·대사 지표를 정기적으로 추적하는 체계적 영양 모니터링 기반의 통합적 임상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근감소 최소화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제약사에 대해 당뇨병학회 대정부위원회 김대중 위원(아주대병원)은 "근손실이 없는 GLP-1 치료제가 있을 수 있겠나. 어느 약이든 체중 감량 중에는 20~30%는 근육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근손실 리스크는 처방 전에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약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저항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LP-1을 모르면 개원도 할 수 없는 시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5년 3분기 기준 약 2013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은 2030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만 약 15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한미약품·LG화학·유한양행·일동제약·동아에스티·종근당에 이르기까지 대형 제약사들도 해당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GLP-1 계열 약물을 비만 치료 지침에 공식 포함한 것도 이 흐름을 가속시켰다.
이미 개원가에선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진료실에서 비만 치료를 직접 하든 안 하든, GLP-1은 공부해 두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게 일선 개원의들의 생각이다.
과거 내과·가정의학과 중심이던 비만 처방 주체가 점차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환자들이 위고비 혹은 마운자로 약 명칭을 알고 처방전을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철진 회장은 "의사의 역할은 처방전을 쓰는 것에서 치료 계획을 설계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려면 단순히 약물 이름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임상 데이터를 읽고, 환자의 체성분과 동반 질환을 종합해 처방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대중 교수도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대형 제약사 중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관심 없는 곳은 없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몇 년 후에 큰일 난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고 본다"고 짚었으며 이 회장은 "약 출시보다 늦게 공부하면 진료실 주도권은 환자에게 넘어간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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