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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아닌 의학계가 총대…항암제 급여 논의 주도권 변화

발행날짜: 2026-05-09 00:09:48

키트루다·엔허투 등 주요 암종 학회가 직접 등재 신청 늘어
병용요법 시대 중재자 될까, 회사 비자발적 약가 협상 변수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항암제 시장의 급여 등재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제약사가 급여 신청과 약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논의가 진행됐다면 이제는 임상 현장의 전문가 단체인 '의학회'도 함께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히 최근 이 같은 현상은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위암 적응증 확대 과정에서 보듯, 의학회가 직접 급여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당국에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항암제 급여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회가 '총대' 메고 급여 신청…달라진 임상현장

과거 항암제 급여는 제약사가 식약처 허가 사항을 바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항암제 임상연구를 책임지는 의학회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일치 복구 결함(dMMR) 또는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을 보이는 위암 환자군'에서 급여 확대의 '마지막 관문'을 넘고 있는 키트루다다.

해당 적응증의 경우 의학회가 주도해 급여 확대를 신청,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과정을 앞두고 있다.

치료제를 보유한 한국MSD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부와 급여 논의를 벌이게 된 셈이다.

올해 13개 적응증 급여 확대와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계열 항암제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병용요법 약가협상까지 맞물린 상황인 터라 한국MSD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즉 한국MSD 입장에서는 타사와 의학회의 요구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 비자발적인 약가협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참고로 한국MSD는 건보공단 약가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 보험당국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1차 항암화학요법 병용 역시 의학계의 요구로 급여 논의가 시작된 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 비록 2024년 당시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보건복지부가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정책을 도입,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 중 '백본(backbone)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급여로 적용되고 있다.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정책이 대표적인 수혜 요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학계가 급여를 신청할 경우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이 필수적인 치료제임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제약사의 매출 향상 보다는 임상현장의 필요성이 강조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더 강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형태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의학회에서 급여 논의가 지지부진한 주요 신약 적응증을 자체적으로 보험당국에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비용효과성 문턱,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으로 넘나

이러한 임상현장의 움직임은 다양한 항암제 급여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항암제 처방 임상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은 유방암 2차 이상과 위암 3차 이상인데, 국내 허가 항목이 늘어나면서 환자 접근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엔허투의 경우 유방암 분야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 및 2차 이상 치료, HER2 저발현(IHC 1+ 또는 IHC 2+/ISH-) 또는 HER2 초저발현(세포막이 염색된 IHC0)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임상 현장에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글로벌 임상현장에서는 이미 표준 치료(SoC)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의학계에서도 허가에 이은 빠른 급여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미 세계 최저가로 급여 등재된 터라 회사 입장에서 추가적인 약가인하를 감수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일까. 최근 의학계에서는 지난해 한 차례 암질심 통과를 실패한 HER2 저발현 유방암 적응증을 보험당국에 재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에서는 의학회가 이처럼 급여 전면에 나서는 이유는 '항암제 병용요법'이 대세가 된 시장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두 가지 이상의 고가 항암제를 섞어 쓸 경우, 제약사 간의 약가 분담 문제나 비용효과성(ICER) 입증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학회는 각 제약사의 약제를 조합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에 중재안을 제시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 고가 항암제 간의 병용요법이 치료 대세로 자리 잡아 감에 따라 대안 마련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 역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 사례와 같은 신약 간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논의 체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접근성을 높일 대안으로 '신약 기금화(별도 기금 조성)'를 제안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키트루다나 파드셉 같은 사례처럼 제약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급여 범위가 확대되는 경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환자가 늘어나면 기업의 이익도 자연히 커지게 되는데, 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급여 적용 후 2~3년간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한 뒤, 그 수익의 일부를 '기금(Fund)' 형태로 적립해 중증·희귀질환자들을 위해 다시 사용하는 선순환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 기금이 단순히 제약사의 분담금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공헌 기금까지 합쳐져 범국가적인 '혁신신약 지원 기금'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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