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의 대표주자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국내에서 유방암 1차와 위암 2차 치료까지 치료 영역을 대폭 넓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허가 속도와 발을 맞추며 임상 현장의 활용도를 높였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급여'라는 높은 벽에 막혀 환자들의 접근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엔허투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 및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2차 치료'에 대한 적응증 확대를 승인했다.
새로운 허가사항에 따라 엔허투는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IHC3+ 또는 ISH+) 유방암 환자에서의 1차 치료로서 퍼투주맙과의 병용요법, ▲이전에 트라스투주맙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은 각각 임상 3상인 DESTINY-Breast09와 DESTINY-Gastric04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우선 DESTINY-Breast09 연구에 따르면,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엔허투-퍼투주맙 병용요법을 시행한 결과, 기존 표준요법(THP)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4% 낮췄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40.7개월로, 표준요법(26.9개월)보다 약 14개월이나 앞섰다. 여기에 DESTINY-Gastric04에 따르면, 트라스투주맙 치료 후 진행된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엔허투 단독요법은 라무시루맙-파클리탁셀 병용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으며,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4.7개월을 기록했다.
글로벌과 허가 보폭 맞췄다… 현장은 '급여 공백'
이번 승인으로 국내 엔허투 허가 사항은 총 6개 효능·효과로 늘어나며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시장과의 허가 시차를 상당 부분 좁히는 데 성공했다.
특히 유방암 분야에서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 및 2차 이상 치료, HER2 저발현(IHC 1+ 또는 IHC 2+/ISH-) 또는 HER2 초저발현(세포막이 염색된 IHC0)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까지 허가를 받으면서 임상 현장에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적응증은 확대됐지만, 현재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은 유방암 2차 이상과 위암 3차 이상뿐이다.
이번에 추가된 유방암 1차와 위암 2차는 당분간 '비급여'로 처방될 수밖에 없어 환자들이 감당해야 할 약값 부담은 여전히 막대하다. 더구나 유방암 1차의 경우 퍼투주맙과의 병용요법인 터라 환자의 경제적 문턱은 상당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2025년 4월, HER2 저발현 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2차 적응증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미설정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글로벌 최저가 수준인 국내 엔허투의 약가를 고려했을 때, 추가 약가 인하가 선행되어야 하는 급여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회사와는 별개로 의학회에서 HER2 저발현 유방암 적응증의 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변수는 남아 있다.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일부 면역항암제가 적응증 확장을 앞세워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다 보니, 정부가 '재정적 공정성'을 이유로 엔허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특정 회사에 건강보험 재정이 쏠리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 같다. 주요 임상 연구 등으로 유효성은 이미 입증됐음에도 재정 논리에 밀려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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