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 후보를 만나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장 보궐선거가 한창이다. 메디칼타임즈는 민초의사들의 민의를 파악하고자 각 후보와 선거운동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주> ① "의료의 정상화" 기호 1번 김택우 후보 ※기사는 후보 일정상의 이유로 기호순과 무관하게 연재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현 정권이 추진했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를 규합해야 할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5명의 쟁쟁한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의대 교수인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인 기호 2번 강희경 후보와 지난 14일 동행하며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 선거 운동 현장 "새로운 의협 만들겠다"
이날 강희경 후보의 첫 일정은 한국여자의사회 송년회에 준비된 후보 설명회였다. 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진행 중이던 당시 상황과 자리의 취지에 맞게, 변화와 투쟁에서의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이 자랑스러워하며 기꺼이 회비를 내는 의협을 만들고 그런 회장이 되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를 위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의협을 만들겠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표하시겠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하며 3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던 소비자단체를 설득한 바 있다"며 "이 단체와 함께 의료 개혁을 멈추라는 성명서를 냈고, 심지어 전공의 모집도 하지 말라는 성명서도 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국민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국민뿐만 아니고 의협 회원들, 의협의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모든 분과 함께 모여 일할 수 있다"며 "새로운 의협을 만들어 달라 강희경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강희경 후보는 송년회장을 돌며 회원들에게 후보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개중에 먼저 강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해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여자의사회 송년회 직후 강 후보는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총동문회 송년회로 향했다. 자신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만큼, 많은 이들이 그에게 다가오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먼저 강 후보에게 다가와 자신은 의협 선거권이 있다며 응원하거나, 그에게 투표하기 위해 의협에 가입하겠다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 후보는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한편, 모든 테이블을 돌며 자신이 선거에 출마한 사실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심지어는 의협 회장직으로 강 후보가 고생할 것에 우려해 "선거를 그만두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강 후보는 "의협 회장이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회원 만나는 '지상전' 외에도 유튜브·홈페이지 개설로 '공중전'
이에 앞서 강 후보는 지난 9~10일 중랑구·구로구의사회 송년회에 참석하고 11일 대한정형의사회 임원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부산광역시로 향해 부산시의사회 회원 및 해당 지역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만나, 지역의료·지역의대의 문제점과 고충을 나눴다. 지난 7일 첫 윤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엔 서울의대 비대위와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이렇게 회원들과 만나는 '지상전' 외에도 유튜브 채널 '강희경 TV'와 '강희경 닷컴' 등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공중전'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협 활동을 오래 해온 회원들을 만나 자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회원들을 만나며 어떤 의견을 듣고 있느냐는 질문에 강 후보는 "의협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그는 "말씀 주시는 변화가 제가 구상했던 것과 같은 내용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싸우신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났다"며 "십몇 년 전에 이미 다 이뤄 놓았던 것이 실행이 안된 것도 있었다. 이런 유산을 다시 찾아내 되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농단 해결과 의협 대표성 확립 겨냥 "의협 유산 되찾겠다"
가장 시급한 변화로는 의협의 대표성 확립을 꼽았다. 일례로 의료계 대표단체여야 할 의협이 수가 협상에서 의원 유형 공급자단체로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의협은 개원가뿐만 아니라 대형병원들까지도 아우르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료 농단도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이는 강 후보가 의료계 일에 뛰어들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특히 강 후보는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는데, 그 방법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소비자단체를 설득했듯이, 의료계가 말하는 정책과 국민 인식 간의 간극을 좁히겠다는 각오다. 실제 강 후보는 이들 단체와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 행동'을 구성해 의료 개혁과 전공의 모집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왔다.
강 후보는 "의협이 충분히 힘이 있고 충분히 의료 정책을 선도해 갔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의협이 의료 정책의 선도를 하지 못한 데에는 직역 간 갈등과 우리의 이야기가 국민이 원하는 것과 괴리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얘기를 나누며 의사와 국민이 원하는 게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가 목소리를 합치지 못했기에 현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충분히 소통으로 해소할 수 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같다면 정부를 배제하고 이 길로 가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의협 회장 선거를 치르며 의대 교수에서 의료계 오피니언 리더로 변모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추상화였던 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에 의협 회장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의료계 일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협 임원으로라도 나서고 싶다는 각오다.
그는 "완전히 외부에서 온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회무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회장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배들도 의협은 의대 교수와 다르다고 걱정하지만, 이번에 안되더라도 의협 회장이 될 때까지 하려고 한다. 모든 직역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의협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2월 전까지 어린이 신증후군이었던 삶의 목표가 올바른 의료 시스템 확립으로 바뀌었다. 이는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는 멈출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태의 원인은 의료가 망가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둔다면 의료가 망가진 채 정권과 정치권이 재물이 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만들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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